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이 등장하며 미디어업계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올해 11년 차 예능 PD를 만났습니다. 시골 할머니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가시나들'(MBC), MC와 게스트가 카톡으로만 대화하는 '톡이나 할까'(카카오TV) 등을 연출한 권성민 PD입니다. 권PD를 만나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에 대해 물어봤는데요. 권PD는 "연출가의 재량보다 예측가능한 형태와 포맷이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중요해지고 있다"며 '포맷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제는 플랫폼의 선택을 받아야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죠."
카카오TV <톡이나 할까> PD 권성민
Q. 올해로 11년 차입니다. 어떤 변화를 느끼나요?
미디어업계 자체가 많이 바뀌었어요. 일을 시작한 2012년만 해도 이제 막 종편이 출범했을 때였죠. 당시는 무한도전 달력이 나오면 완판되고, 지상파 드라마였던 '해를 품은 달'이 시청률 40~50%를 찍었고요.
최근 느끼는 건, 정말 각자도생의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이제는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콘텐츠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이 들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채널과 콘텐츠가 나오니까요.
Q.카카오TV로 이직한 뒤 달라진 게 있나요?
좋은 건 제약이 많이 없어졌다는 거예요. TV에 레귤러로 나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조건들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광고를 팔아야하고, 방송시간을 채워야 하니까 20분짜리를 만들 수는 없는 거죠. 방송사는 TV여서 갖춰야 하는 모양들이 있어요.
카카오TV에서 만드는 예능 대부분이 MBC에서는 만들 수 없는 것들이에요. 모양도, 형식도, 기술적으로도 그렇죠. 최근에는 지상파도 콘텐츠 유통수익이 광고수익을 역전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요. 방송사가 플랫폼으로서의 지위가 줄어든 대신 OTT 채널‧ 해외판권 판매 등 스튜디오로서의 기능을 갖고 가는 거죠.
플랫폼의 변화를 설명중인 권PD ⓒ폴인, 송승훈
Q. 플랫폼의 변화가 콘텐츠 형식이나 내용에도 영향을 줬나요?
OTT라는 시스템은 1편을 보고 다음 회차를 볼지 말지 선택을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더 타이트하게 줄이게 되죠. 카카오TV의 경우는 편성이 없으니까 늘어지는 구간은 계속해서 쳐낼 수 있어요. 그렇게 30분, 40분짜리로 만들면 훨씬 밀도 있게 만들 수 있죠. 또,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은 한 회차에 이야기가 완결되잖아요. 이번 편이 재밌었다고 해도, 다음 편이 궁금하진 않죠.
다음 편을 보고 싶은 포맷은 장르적으로 정해져 있어요. 예를 들면, 오디션이나 연애 예능 같은 거죠. '저 출연자 어떻게 되는데?'가 궁금하잖아요. 커플이 될지, 누가 1등을 할지. 그러다 보니 이런 류의 OTT향 예능이 만들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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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플랫폼이 늘며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제작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위의 PD들도 무력감을 많이 느껴요. '세상에 콘텐츠가 너무 많은데, 내가 여기에 뭔가를 더 얹는 게 (제작비를 들여 만들) 가치가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하지만 드라이하게 직업인으로서 해야 할 몫이 있고, 그걸 넘어선 사명감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요.
'콘텐츠가 어떤 힘(영향력)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종종 던지게 되는데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 열매를 자기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빈곤을 주제로 방송을 만든다고 해서, 바로 문제가 해결되고 세상이 바뀌는 걸 보기는 어려운 거예요. 처음 PD가 됐을 때는 굉장한 프로그램을 만들 거라고 스스로 기대했는데, 내가 생각보다 보잘것없다는 걸 깨달았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