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포지티브제로(TPZ)는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가 속속 집결하는 성수동에서 포지티브제로 라운지·카페 포제·먼치스앤구디스·플라츠 등 크리에이티브를 중심에 둔 공간을 연달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 오픈한 플라츠는 자신만의 관점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놀고, 먹고, 일하며 도시를 이룬다는 세계관을 가진 공간입니다. 김시온 TPZ 대표에게 플라츠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알아보는 안목과 공간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을 들어봅니다.
"플라츠에 모인 이상한(weird) 사람들 모두
잘 지내고 있다는 걸 경험시켜주고 싶어요."
팀포지티브제로 대표 김시온
Q. 연무장길에 선보인 복합문화공간 <플라츠2>. 어떤 콘셉트의 공간인가요?
플라츠는 독일어로 '광장'입니다. '자기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모인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도시에서 광장은 타인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2021년 연무장길에 광장을 닮은 <플라츠S>를 먼저 선보였습니다. 팀포지티브제로(TPZ)가 추구하는 먹고, 놀고, 일하는 방식을 한곳에 모은 공간이죠.
하지만 저희가 궁극적으로 계획한 건 도시의 모습이었어요. 삶에 필요한 작은 단위의 광장들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특정 마을만이 갖는 공통된 속성이 모여 도시가 되길 바랐죠. 이를 구현한 게 플라츠2에요. 저희는 플라츠로 한 개인이 온전히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고 싶어요.
Q. '플라츠 웍스'의 워크 스페이스는 어떤 공간인지 궁금합니다.
저희의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아름다움'을 담은 형태의 공간에 가까워요.외부 고객이 아닌 내부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인 셈이죠. 저는 플라츠 웍스의 워크 스페이스가 동시대의 필요한 다양성을 담는 그릇 역할 했으면 합니다. 완결 무결한 공간 대신 '그 시대의 필요한 가치를 어떻게 담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공간을 탐구하는 거죠.
기존의 워크 스페이스는 내가 활용해야만 그 가치를 경험할 수 있잖아요. 업무에 필요한 편리한 시설이 많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희 워크 스페이스는 공간에 놓일 가구의 아름다움과 가치, 백그라운드 음악의 장르나 볼륨 무게가 더 커요. 특정 시설이 아닌,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일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고려했죠. 이는 저희가 바라보는 '남다른(weird) 관점'에 가까워요.
이미 플라츠를 만든 저를 비롯해 여기 모인 이상한(weird) 사람들 모두 잘 지내고 있다는 걸 경험시켜주고 싶어요. 예를 들면, 플라츠 웍스는 빈티지 가구로 업무 공간을 꾸몄어요. 사실 빈티지 가구는 주로 집에서 많이 써요. 사무공간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들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오피스에도 빈티지 가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일하는 공간도 감각적으로 꾸미고 스타일링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이런 경험을 모두가 원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브랜드와 경쟁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죠. 다만, 콘셉트가 확실하거나 트렌디한 공간을 만들지는 않아요. 저희 말고 할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것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합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남다름(weird)에 편안함을 느끼고, 알아봐 주는 고객을 늘려가는 게 목표에요.
Q. 자칫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요. 비즈니스로서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유지하나요?
'모호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그런데 그 모호함이 저희의 정체성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매력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요. 사실 모호함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인정받은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웃음) 그래도 이런 태도를 지지해주는 투자자가 꽤 있어요.요즘은 창의적인 IP를 가진 플레이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거든요. 요즘은 들어오는 브랜드에 따라 건물의 이미지, 그 거리의 영향력이 달라지니까요. 저는 사업가와 크리에이터의 경계에 서 있어요. 한쪽에 속하지 않고 두 영역을 연결하며 밸런스를 잡아가려 하죠.
인터뷰를 진행 중인 전은경 디자인 컨설턴트와 TPZ 김시온 대표. ⓒ 폴인, 오건영
Q. 다양한 공간의 가능성과 기능에 대한 실험이 일어나는 시대인데요. 앞으로는 어떤 공간이 주목받을까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요. 오프라인은 특정 이야기를 담아낸 '여행의 종착지'일 수도 있잖아요? 공간 비즈니스도 똑같다고 봐요.
Q. 그런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답은 '사람'에 있어요.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경험치가 달라지겠죠. 모바일과 웹이 발전할수록 오프라인의 장점은 더 선명해질 겁니다. 온라인은 정보가 너무 많거든요. 나에게 불필요한 정보까지 흡수돼요. 그런데 오프라인에서는 내가 필요한 정보가 있는 곳을 찾아갈 수 있어요.사람이 직접 큐레이션 한 뾰족한 공간이니까요. 앞으로의 오프라인 공간은 사람들의 니즈에 딱 맞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진화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