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옷 만드는 브랜드, 워크워크입니다. '일'을 컨셉으로 내세운 패션 브랜드죠. 기능을 넘어 '일할 때 기분 좋은 옷'을 만드는 게 워크워크의 철학입니다. 삼성전자, 29CM, 노티드, 춘천감자밭 등 분야도 규모도 다양한 곳과 협업도 진행하는데요. "직원들의 유니폼도 브랜딩의 영역이 된 시대"라 말하는 이두성 대표를 만났습니다. 26살 패션 공부를 시작해 워크워크를 창업하기까지의 이야기와 옷에 대한 철학을 들어보았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작업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생기고,
팔로우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워크워크 CEO 이두성
Q. 패션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는 안경 광학을 전공하고 안경점에서 일했어요. 그러던 중 한 안경 디자이너를 만나고, 디자인 공부를 하게 됐죠.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찾는 제품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본격적으로 패션 공부를 시작한 게 26살,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에 들어가면서였어요. 사회적인 기준으로 좀 늦었잖아요. 늦은만큼 더 절실했어요. 이후 한국패션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국비 장학생으로 1년간 파리 에스모드로 유학을 다녀왔죠.
Q. 밀도 높은 시간이었네요. 파리는 어땠나요?
파리는 훨씬 개성 넘치게 입는 편이었죠. 오히려 눈에 띈 건 식당과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었어요. '어디에서 일을 하더라도, 자기를 잘 꾸미고 갖춰서 일하는구나' 느꼈죠. 한국에 돌아와 식당을 갔는데 차분한 분위기의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패턴의 가품 티셔츠를 입은 종업원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공간과 업에 맞게 잘 차려입는 파리에서의 모습과 대비돼 보였죠.
Q. 처음부터 유니폼 작업을 염두했나요?
유니폼이나 작업복 만드는 패션 브랜드가 없잖아요. 없으니까 희소성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패션계에 오래 있지 않았지만) 많은 브랜드를 봤잖아요. '저기서 살아남으려면 뭘 해야할까' 생각하다 스튜디오 시스템을 떠올렸어요. 디자인 스튜디오는 클라이언트가 있고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을 해요. 그 방식을 접목해보자고 생각한 게 지금의 형태가 됐죠.
이두성 대표의 아이디어 컨셉 스케치 ⓒ워크워크
Q. 컨셉이 재밌는데요. 실제 옷을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현장 취재를 직접 하는 편이예요. 거기서 작업복에 필요한 디테일을 발견합니다. 농장에서 몸을 숙이고 일하시는 분을 보고 '복숭아뼈 근처에 주머니를 만들면 편하겠다'는 생각하기도 했죠.
사람들이 보통 아이디어나 영감을 어디서 받는지 묻잖아요. 저는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습관이 무엇인지 관찰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아요. 관찰할수록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Q. 많은 기업들이 '워크워크'를 찾는 이유가 뭘까요?
옆집과 다른 뭔가를 하나라도 만드는 게 브랜딩이잖아요. 정체성이라는 게 남과 구별되는 거니까. 그런 게 더 필요해진 시대가 된 것 같아요.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기업에서 신경 쓰는 영역도 넓어진 거죠. 지금은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브랜딩 영역이 된 겁니다. 요즘 MZ세대에게 핫한 노티드(도넛), 탬버린즈(코스메틱), 누데이크(디저트)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와 작업을 하다 보니 저희도 입소문을 타게 된 것 같아요.
워크워크의 자체 프로젝트 ⓒ워크워크
Q. 대표님이 생각하는 '브랜딩'은 무엇인가요?
요즘 힙한 브랜드가 많습니다. 때로는 그게 허상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멋있지만 기억에 남지는 않죠. 조금 뜬금없는 대답일 수 있는데요. 저희 사무실 근처에 백반 가게가 있어요. 거기 반찬 중에 진미채 볶음을 좋아했는데, 어느 날부터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보니 주인분이 "다음에 올 때 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진짜 갈 때마다 챙겨주시는 거예요. 더 이상 기본 반찬이 아닌데도요. 그게 멋있는 것 같아요. 그 진미채 볶음이 계속 생각나요. 전 그런 게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Q. 유니폼 작업 외에 자체 프로젝트도 진행하셨는데요.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 브랜드를 시작할 때,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작업복을 패셔너블하게 푼 게 많지 않았어요. 소재나 핏을 활용해 다른 방식으로 만들고 싶었고, 촬영방식도 패션 화보에서 쓰는 스타일을 접목했죠. '일'을 컨셉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청소하는 분이나 패턴을 만드는 봉제사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어요. 저희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을 잘 보여주는 작업이었다고도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