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19년 차 직장인이자, 7년 차 팀장입니다. 그리고 10년 차 작가입니다. 일이 넘치는 광고회사에서 6시 칼퇴는 물론, 퇴근 후 취미를 즐기는 팀원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의 때면 '수다력'이 폭발할 만큼 주도적으로 일하죠. 일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김민철 CD에게 '팀이 함께 성장하는 법'을 물었습니다.
"안전한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거죠."
작가ㆍTBWA CD 김민철
Q. 한 회사에서만 18년째입니다.
오래 다니는 게 목표였다면 못 버텼을 것 같아요. 그래도 회사를 떠나지 않은 건 이직할 에너지로 차라리 내 환경을 좋게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예요.저는 일만큼 내 생활이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Q. 번아웃을 겪은 적은 없나요?
'일과 나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저는 일에서 에너지를 찾지 않거든요. 대신 '딴짓'에서 에너지를 얻어요. 글쓰기는 '일의 돌파구'였어요. 화가 나서 감정 주체가 안 될 때면 비밀 블로그에 글을 써 내려갔죠. 그렇게 10년을 쓰다 보니 작가가 됐어요.이렇게 조금이라도 미래와 결부될 수 있는 일을 찾아 자기를 넓게 펼쳐놓는 연습을 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할 테니까요.
Q. 일은 두 번째라고요?
일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요. 일에 끌려다니는 순간 저의 사생활도, 작가라는 저의 다른 자아도 무너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과 삶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내 생활을 지키려는 만큼 팀원들의 사생활도 지켜주려 안간힘을 쓰고요.
그리고 저에게는 팀원과 같이 일하는 경험이 정말 소중해요. 회의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즐겁거든요. 그런데 이건 회사 밖에서는 할 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이 경험의 정수를 맛보고 나가리라'는 마음이 있어요(웃음).
ⓒ폴인, 최지훈
Q. 팀장 김민철은 어떤 사람인가요?
어릴 때 들었던 말인데요. '주니어들은 자기가 되고 싶은 선배를 배울 권리가 있다'는 거예요. 배우고 싶지 않은 선배 밑에 있었던 적도 있어요. 팀장이 된 후에는 '그렇게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킬 권력을 얻게 되었죠.
저는 '팀원의 웃음'이 팀장의 성적표라고 생각해요. 어떤 팀은 좀비처럼 일만 해요.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바빠요. 그런데 '김민철 팀'은 6시만 되면 칼퇴해요. 웃어요, 밝아요. 일이 없나? 그런 건 아니에요. 회사는 어떤 팀도 놀게 놔두지 않거든요(웃음). 팀장은 가장 권력이 큰 사람이잖아요. 좋은 팀을 만들 책임이 있죠.
Q. 팀원들의 성장 욕구는 어떻게 채워주나요?
팀원에게 주도권을 많이 줘요. 모두가 일에 오너십을 갖도록요. 물론 문제가 생길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중요한 건, 절대 팀원을 책망하지 않는 거예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바로잡는 데만 신경 쓰죠. '다음부터는 이 부분을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만 해줘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할 테니까요.
결국 '안전한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팀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일할 수 있으니까요. 쉽게 말하면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거예요. "우리 팀장은 이런 걸로 나에게 화를 낼 리가 없어"라는 확신이요. 팀장이 의견을 듣고 종합해주기 위해 앉아있는 사람이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줘야 해요.
Q. '욕먹는 건 리더의 디폴트값'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팀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권위는 있되 권위적이지 않은 팀장'이 되는 게 중요하죠. 식사하거나 커피 마실 때는 권위가 필요 없잖아요. 일 외에는 모두 내려놓으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팀원들이 옆에서 수다 떨 때가 많아요. 수다 떨 때는 지분을 적게 차지하려고 노력해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창구가 팀원뿐이에요. 그러다 보니 많이 듣는 수밖에 없어요. 잘 모르면 물어보고요. 그 과정에서 얻는 게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