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 포함 24개 현대백화점 F&B 브랜드를 관리하는 이희오 바이어를 만났습니다. 메뉴 구성, 테이블 세팅까지 바이어의 일은 디테일했습니다. 이제는 브랜드를 입점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브랜딩을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됐는데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응축해 7평 공간에 담는 F&B 공간 기획 노하우를 들어봅니다.
"입점하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게 저희 철칙이에요.
잘될 때까지 케어하죠."
현대백화점 바이어 이희오
Q. F&B 공간을 어떻게 구성했나요?
더현대 서울에는 지하 1층과 6층 두 군데에 F&B 공간이 있어요. 두 층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반대예요. 보통 백화점 식품관은 콘셉트를 정하고 레이아웃을 그린 후 브랜드를 선정하거든요.그런데 더현대 서울 지하 식품관은 카테고리별로 메뉴를 먼저 정하고, 6층은 입점 브랜드를 먼저 정했어요.
지하 식품관은 '센트럴파크'를 콘셉트로 잡았어요. 작은 여의도 광장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가운데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레이아웃을 짰어요. 각 구획된 공간에 브랜드를 채워갔고요.
Q. '이 브랜드는 될 것 같다' 감이 오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사실 어떤 브랜드가 잘될지는 고객의 선택에 달린 부분이라 알 수 없어요. 단지 확률을 높이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팝업 브랜드는 한끗 다른 재미 포인트가 있거나, 담음새가 좋아서 사진 찍기 좋은 상품인 경우 먼저 고려해요.상설 브랜드를 컨택하는 기준은요. 다소 개인적이라 느껴지실 수 있지만, '한 번 더 간 곳'이에요. 바이어는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를 만나잖아요. 제가 두 번 이상 갔다면 정말 맛있다는 뜻이거든요.
F&B 공간기획자 인터뷰를 진행 중인 이희오 바이어와 지문희 디렉터(우). ⓒ폴인, 최지훈
Q. 백화점이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브랜드를 공간에 들이는 단계를 넘어, 직접 브랜딩을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됐어요.
점점 더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드는 기획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막례스토랑과 같은 '브랜드 직접 제작'이었어요. 박막례 할머니의 세계관을 제품화한 팝업인데요. 유튜브 채널이라는 '콘텐츠'와 저희 시스템이 만나 새 브랜드를 만든 거죠. 제조사는 아니지만, 유통사이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건 자신 있었거든요.
Q.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푸드 IP로 가닥을 잡았고, 할머니께서 함바집을 하셨던 이력에 착안해 '코리안 스트리트 푸드'로 콘셉트를 정했죠. 그간 콜라보 상품을 통해 노출됐던 떡볶이와, 조회 수가 높았지만 상품화된 적 없는 단호박 식혜를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세계관도 만들었어요.유튜브를 볼 때 할머니께서 늘 끼고 나오시는 반지에 눈이 갔는데, '갱'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뉴욕에서 온 손맛 좋은 막례파 보스'라는 콘셉트를 잡았어요. 매장에는 이번 팝업에 맞춰 의뢰한 힙합 음악을 틀었고, 수트를 입은 할머니의 사진을 이곳저곳에 걸었어요.
Q. 그동안 진행한 팝업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나요?
2020년에 춘천 기반의 감자밭 카페와 함께한 '감자빵' 팝업이 기억나요. 밭에서 막 캔 감자 같았는데 빵이라니, 재밌는 포인트라고 생각했죠.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공을 많이 들였지만, 특히 포장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진짜 감자를 파는 것처럼, 농부가 밭에서 캐온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행사장도 '밭'처럼 연출했고요. 그렇게 팝업스토어를 오픈했고 3개월 동안 12억원 매출을 올렸어요. 엄청난 성공이었죠.
박막례 할머니 세계관을 반영한 막례스토랑 팝업은 '오픈런' 현상을 낳으며 흥행했다. ⓒ현대백화점
Q. 브랜드를 입점할 때 담당 실무자와 경영진 간 의견 차이가 있을 듯한데요. 어떻게 설득했나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의외겠지만, 바이어를 많이 믿어주시는 편입니다(웃음). '어련히 좋은 브랜드를 택했겠지' 하셨죠. 저희 팀은 하루 1시간 30분 이상 무조건 시장조사를 나가요.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성수, 연남, 망원 같은 지역에 시장 조사를 가요. 30분 미만 거리라면 꼭 걸어가요. 오가며 그 지역의 상권을 보고 어떤 브랜드가 생기고 없어졌는지, 상권이 얼마나,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죠.
Q. 입점 후에도 지속해서 관리하는 편인가요?
일단 입점하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게 저희 철칙이에요. 잘될 때까지 케어하죠. 이미 성공한 브랜드를 모실 때도 있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단계의 브랜드를 입점시킬 때도 있거든요. 메뉴를 바꾸든, 리브랜딩을 하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요. 잔소리도 많이 해요. (웃음) 신규 브랜드가 많다 보니 바이어들이 그릇, 숟가락, 물잔 하나까지 모두 봐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