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미술도서관은 국내에서 처음 탄생한 미술 전문 공공 도서관입니다. 올해로 문을 연 지 3년이 됐고요. '미술관'과 '도서관'을 융합한 건 26년 차 사서 박영애 과장의 경험에서 비롯됐어요. 해외 8개국 24개 도시, 70개의 도서관을 경험하며 미술도서관 기획을 시작했죠. 공간을 바꿨더니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용자는 물론 사서가 일하는 방식까지 달라졌다고요. 박영애 과장님을 만나 의정부미술도서관 기획 비하인드를 들어봤습니다.
“공간이 바뀌면 사람들의 움직임도 달라집니다.”
의정부미술도서관 기획자 박영애
예술 작품이 된 공간의 힘
의정부미술도서관의 핵심은 원형 계단에 있어요. 계단을 오르내리며 다른 공간까지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경험의 확장성'을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평소 우리는 도서관을 이용할 때 내가 원하는 책이 있는 공간으로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책을 빌리거나, 읽죠. 그리고 밖으로 나옵니다. 다른 공간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공간 자체가 자료실, 열람실, 학습실 등 각각의 역할로 구획돼있으니까요.
미술도서관에서는 그 지점을 해소하고 싶었어요. 도서관 내 모든 장소를 오픈해 이용자의 공간 경험을 넓히는 거죠. 원형 계단을 오르내리며 다른 공간도 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의정부미술도서관 원형 계단은 도서관의 모든 공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폴인 최지훈
이 이야기를 하는 저는 의정부미술, 음악도서관 건립 프로젝트를 담당한 박영애입니다. 의정부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한 지 올해로 26년 차가 됐고, 지금은 홍대 건축공학과에서 도서관 공간, 건축 공부를 하고 있어요.
늘 궁금했어요.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왜 항상 불만을 제기하는 걸까?' 공간의 소음, 여름과 겨울 실내 온도 등 종일 머무는 이용자의 요구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8개국 24개 도시, 70개의 도서관을 다니면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미술관'과 '도서관'을 융합한 공간 콘셉트 기획은
도서관의 '정체성'을 고민했어요. 외국을 다녀보니 공연, 퍼포먼스, 흑인의 역사 등 하나의 주제를 아카이빙한 전문 도서관이 많았거든요. 우리나라도 특정 주제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2012년 우연히 백영수 화백님을 알게 됐어요.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신사실파 동인이었던 작가를 도서관의 모티브로 삼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명분이 충분한 콘텐츠였죠. 그렇게 미술과 도서관을 융합해보기로 했습니다.
대신 명분을 뒷받침하는 나만의 '논리'도 만들었죠. 어떤 주제의 도서관을 원하는지 지역 주민 설문조사부터 진행했는데요. 문화예술 도서관을 선호하는 결과가 나왔고요.
우리나라 가정에서 예체능에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한다는 연구 자료도 활용했습니다. 공공도서관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근거'로 사용한 거죠.
그다음부터는 공감대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국내에도 좋은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아젠다를 모두와 함께 공유했어요.
먼저, 2013년 시장님을 모시고 싱가포르에 다녀왔습니다. 2014년에는 본격적으로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프로젝트 담당 국장님, 동료 사서들과 한 번 더 싱가포르를 다녀왔어요. 정책 결정자는 물론 함께 일해야 하는 사서들과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서요. 우리나라와 다른 도서관 공간을 직접 경험하게 한 거죠. '하나의 주제를 전문적으로 아카이빙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가치를 확산시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