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가게를 찾아가 "한 달에 얼마 버세요?" 묻는 잡지가 있습니다. 서점, 베이커리, 카페 등 이른바 직장인의 '로망'을 실현한 가게들을 찾아가 누구보다 현실적 질문을 던집니다. 증권사 기업분석팀에서 일하던 브로드컬리 조퇴계 대표는 돌연 퇴사하고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창업 3년 차에 한 달 수익이 29만 원이던 시절을 지나, 한 달 수익 2400만 원을 찍었습니다. 이번엔 폴인이 조퇴계 대표에게 현실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수익 80배 성장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나요? 1년에 한 권 잡지 내서 어떻게 먹고 사나요?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그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저희는 재미를 잃지 않는 선에서 좋아하는 일로
돈 벌기 위한 노력을 아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브로드컬리 대표 조퇴계
Q. '로컬숍' 연구 잡지라는 말이 신선했어요.
사실 '로컬숍'이라는 말을 쓰려고 처음부터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공간 운영을 하는 자영업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달리 떠오르질 않았어요. 로드숍이라는 단어가 있긴 했지만 화장품이나 의류숍을 뜻하는 인식이 강하지 않나 싶었어요. 그래서 이름 붙인 게 '로컬숍'이었어요.
Q. 질문도, 주제도 신선한데요. 브로드컬리 기획의 출발 지점이 궁금합니다.
궁금한 걸 묻습니다. 누군가 궁금해 할 것 같은 질문 말고, 제가 궁금한 걸 묻고 또 편집부 팀원들이 궁금한 걸 묻습니다.그러면 어렵게 계산하지 않아도, 의미 있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거 같아요.
아마도 독립출판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돈을 쓰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 취재하고 편집하는 사람이 모두 동일인이에요. 글을 쓰는 사람이 스스로 궁금한 걸 묻고 정리해서 책을 내니까요.
"소비자가 그 가게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소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요." ⓒ폴인, 최지훈
Q. 브로드컬리 매거진의 각 호 주제는 자영업자 당사자보다 '내 가게'를 꿈꾸는 직장인과 예비 창업자들에게 더 호응을 얻을 것 같은데요.
의외로 자영업자들도 많이 읽으세요.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시는 게시글 본문 중에서도 어려웠던 시간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 밑줄을 치거나 사진 찍어 올리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창업의 어려움을 겪는 분이라면 힘을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말씀하신 대로 자기 브랜드를 꿈꾸는 직장인도 많이 봅니다.
누구든지 좋아하는 게 하나씩 있잖아요. 커피든 빵이든 책이든,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가 상상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삶의 모습이 궁금하니까 읽어보는 것 같아요. 제가 원했던 건 창업을 준비하는 독자보다 로컬숍을 소비하는 독자들이 읽길 바랐어요. 가게에서 같은 메뉴에 돈을 쓰더라도, 가게의 운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소비하는건 다르니까요.
Q. 예를 든다면요?
강원도 산속에 있는 카페에 갔다고 가정해보죠. 커피가 6천원이에요. 그러면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해요. '여기 월세는 50만원밖에 안 할 것 같은데 500만원 월세 내는 서울에 있는 카페랑 비교해서 커피가 더 비싸네.' 그러면 먹는 사람 입장에서도 기분 안 좋잖아요.
그런데 처음에 여기 수도가 없었을 수도 있거든요. 아니면 수도가 들어오더라도 정수 필터를 아주 비싸게 써야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런 것들을 전부 고려해서 가격을 책정한 경우가 많을 거예요. 그 사실을 알고 소비했을 때 공간에서 느끼는 감동이 달라지길 바랐던 것 같아요.
Q. 5권의 잡지 중 독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건 어떤 호였나요? 그 이유는요?
1호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 2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3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4호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5호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5호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은 지금까지 8000부 인쇄했어요.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고 있죠. 발간할 2019년 당시 퇴사라는 키워드가 워낙 붐이기도 했고, 그만큼 대중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는 주제였던 거 같아요.
Q. 작은 출판사는 구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신간을 부지런히 발행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취하는데요. 1년에 1종을 겨우 내는 건 일반 출판시장의 문법과는 어긋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저도 빨리 내고 싶은데요. 이게 저희답게 만들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는 편집부이기도 하고, 신간 제작 기간을 제외하면 풀타임으로 업무를 보는 건 저 한 사람이거든요. 팀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나름의 사업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신간이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저희 편집부의 주된 매출은 언제나 책 판매입니다.외주 작업 하느라 바쁜 거 아니냐 물으시기도 하는데, 그냥 책 만드는 기간이 긴 겁니다.
그에 쏟는 시간 만큼 정확하게 신간이 늦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주는 못 합니다. 그나마 1년에 한 권으로 계획한 신간 일정도 지키지 못할 때가 많죠. 그럼 어떻게 먹고 사나 궁금하실 수 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구간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벌써 6년 전 발행한 창간호도 아직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요.
브로드컬리는 2022년 4월 첫 사무실을 열었다. ⓒ폴인, 최지훈
Q. 시간이 지나도 '이것만은 지키고 싶다'라는 브로드컬리의 핵심 슬로건이 있다면 뭘까요.
그런 말들 하잖아요. 취미가 일이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 저희는 재미를 잃지 않는 선에서 좋아하는 일로 돈 벌기 위한 노력을 아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다른 건 몰라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마음은 꼭 지키고 싶어요.
때로는 비효율적이거든요. 저희는 취재처를 외부에서 추천받기보다 되도록 직접 발굴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전 가게 다니는 것 자체가 즐겁거든요. 섭외하는 4~5개월의 과정이 정말 좋아요. 상황이 달라지면 조정을 해야겠죠. 사무실도 생겼고 고정비가 늘어나면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어쨌든 지금까진 좋아하는 일을 '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먹고살 만큼 혹은 그 이상의 경제적인 피드백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놓고 싶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