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브랜드로 알려진 시몬스가 성수, 이천 부산에 이어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을 오픈했습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굿즈와 버거, 디지털 아트를 선보이며 MZ의 발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어요. 시몬스는 고객과 브랜드 거리를 좁히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을 잘 활용했는데요. '침대없는' 매장에서 색다른 경험을 통해 고객은 자연스레 시몬스의 팬이 된다고 합니다. 시몬스 침대 브랜드전략부문장 김성준 상무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옆에서 억지로 강요하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거죠."
김성준 시몬스 침대 브랜드 전략 부문장 상무
Q.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이 요즘 'MZ들의 힙한 공간'으로 불립니다.
그로서리 스토어 내부에는 화살표,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매장에서 구경하다 보면 옆에 좁은 계단이 보입니다. '여기에는 뭐가 있지?' 궁금해서 올라갑니다. 그랬더니 2층에서 갑자기 부산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버거샵과 SNS 소셜라이징 플랫폼 시몬스 스튜디오가 나타나요.
'이 공간에 무엇이 있다'고 일부러 안내하지 않는 거죠.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직접 찾아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요.옆에서 억지로 강요하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거죠. 이런 이유로 바이럴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시몬스 청담 그로서리 스토어. ⓒ 시몬스
Q. 침대 회사에 '침대 없는' 매장은 왜 필요했나요?
예전에 가구 매장은 경기도 외곽에 많았어요. 침대는 부피가 워낙 커서 전시장이 넓어야 하는데 서울은 임대료가 비싸잖아요.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매장을 수도권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계속 운영되면 브랜드 정체성이 훼손될 것 같았어요. 고가의 하이엔드 브랜드 침대를 경기도 외곽에서 산다는 게 말이 안됐죠.
그래서 매장을 재배치(re-location)하기 시작했어요. 침대 판매 방식을 B2B에서 D2C(Direct to Customer)로 바꿨습니다. 소비자 브랜드 경험에 집중하기 위해서요.
요즘은 고객이 직접 브랜드를 경험해 팬이 되고, 그래야 소비가 일어나는 시대니까요. 그래서 침대를 사지 않는 평소에도 저희 브랜드를 기억하고 인식하도록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보기로 했습니다.
Q. 그로서리 스토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낸 거군요.
맞습니다.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맞아 성수동에 선보였던 하드웨어 프로젝트가 시작이었어요. 헬멧, 스패너, 지우개, 이천 쌀 등 라이프스타일 굿즈를 팔았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후속 프로젝트를 준비하자는 이야기가 바로 나왔는데요. 마침 '코로나19로 일상이 단조롭고 긴장되는 요즘, 기분 좋은 일 없을까?' 싶었죠. 그래서 여름과 잘 어울리는 부산 해운대에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여름에 해운대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분이 좋아요. 놀러 왔으니까요. 그 포인트를 살리기로 한 거죠. 바다의 청량감에 어울리는 비비드한 컬러감을 공간에 녹이고 디자인 패키지로 유쾌하게 엮었어요.
시몬스가 2021년 부산에 약 3개월간 운영한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 시몬스
Q. 그로서리 스토어가 들어서는 장소는 어떻게 정하시나요?
저희만의 기준이 있어요. 바로 '망한 집만 들어가자' 입니다. 그곳에 들어가 시설을 전부 고치는 거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셜라이징을 할 때 지역 상권을 살려보자는 의도가 들어가 있거든요.
청담동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F&B, 패션의 중심지 역할을 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은 곳입니다. 그래서 청담을 다시 살려보자는 의미도 있었고요. 고가의 브랜드 매장이 많은 청담에서 힘을 뺀, 경쾌한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해보고 싶었어요. 묘한 이질감을 주면 재밌겠다 싶었죠.
청담 그로서리 스토어 매장은최대한 고치 되 인테리어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기로 했어요. 너무 힘주거나 비싼 마감재만 쓰면 오히려 촌스러워요. 돈을 적게 써도 힙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돈을 많이 쓰는 것보다 '티 나게 쓰는 게' 훨씬 중요하니까요.
Q. 공간을 기획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나요?
공간을 살리는 건 그 안에 들어가는 프로그램, 즉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를 수시로 업데이트해줘야 그 공간이 살아 움직일 수 있어요.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굿즈를 팔고, 버거샵을 운영하고, 디지털 아트를 전시하는 이유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 입점한 부산 수제버거 브랜드 '버거샵'. ⓒ 시몬스
콘텐츠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고, 대중이 직접 소비하게끔 하고 있어요. 예전 마케팅은 '우리는 이런 브랜드야' '이렇게 만들어졌어' 설명이 장황했죠. 요즘은 다릅니다. "시몬스 힙하더라", "시몬스 잘하더라" 고객이 브랜드를 직접 정의해야 해요.
공간 안에서 문화를 경험하면서 브랜드를 인지하고 이런 과정의 끝에서 제품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요. 제품을 소비하면서 브랜드와 애착 관계가 만들어지죠. 이런 관계는 팬덤으로 이어지고 지켜보는 이들도 자발적으로 바이럴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래서 건축, 인테리어보다 공간에서 문화를 소비하는 데 중점을 둬요. 침대 이야기는 매번 할 필요 없어요. 품질은 이미 자신 있으니까요. 탄탄한 기본 DNA를 바탕으로 브랜딩, 마케팅 하는 겁니다.
Q. 그로서리 스토어를 보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 회사 내부에서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인가요?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하고 MZ세대 젊은 고객이 브랜드와 문화를 소비하면서 침대 매출로 이어졌어요. 신혼부부가 침대를 고를 때 저희를 떠올리는 거죠. 실제로 최상위 라인에서 매출 볼륨이 큰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객 경험, 브랜드 팬덤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크리에이티브 그룹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직접 만든 굿즈. ⓒ 시몬스
마케팅에 돈 쓰지 말라고 하는 시대는 끝난 거죠.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도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해요. 바이럴 되면서 많은 분이 찾아오시니까요. 영업부에서도 브랜딩, 마케팅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가져요. 단순히 돈만 쓰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이 매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