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만드는 데 진심인 기업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이라는 이름 없어도, '배민'이구나!를 알 수 있게끔 한 배달의민족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배민다움'이라는 기준을 갖더라도, 콘텐츠마다 세분화된 타깃은 다르다고 하는데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브랜딩팀을 만나 '이게 무슨 일이야!' 컨퍼런스의 기획 비하인드 스토리와 배달의민족 팬클럽인 '배짱이'를 위한 콘텐츠를 만든 주간 배짱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좌측부터 장인성 실장, 김상민 팀장, 손혜진 팀장 ⓒ최지훈
“저희가 팬덤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함을 무기로
팬들과 소통하며 정직하게 규모를 늘려왔기 때문이죠.”
우아한형제들 브랜드 마케터
Q. 우아한형제들은 유연한 조직문화가 이미 널리 알려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업문화를 알리는 콘텐츠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좋은 인재들이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에요. '일'이라는 키워드를 던졌을 때 누구나 '우아한형제들'을 떠올릴 수 있는가 생각해 보면, 여전히 물음표거든요. 저희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분들의 눈에 띄고 싶어요.
기업브랜딩팀 손혜진 팀장 ⓒ최지훈
이미 좋은 조직에서 일을 열심히 하고 계신 분들도 '우아한형제들이라는 기업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재미있게 전해야 하는 거죠. 다른 한편으로는 우아한형제들의 구성원을 위함이기도 해요.
Q. 박서련 소설가가 우아한형제들에서 일일 체험을 하고, 회사의 이야기를 연재한 <소설가가 입사했다>도 흥미로웠습니다. 소설가를 섭외해 회사 내부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난해에 배민다움 사이트를 오픈하고, 어떤 콘텐츠를 채워나갈지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회사의 이야기를 다른 크리에이터가 하면 재밌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그때 농담처럼 "영화를 찍을까? 소설을 써볼까?"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현듯 소설에 꽂혀서 소설가와 함께하는 코너를 기획했습니다.
Q. 박서련 작가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회사 곳곳에는 '쉽고 명확하고 위트있게'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데요. 저는 이게 최소한의 브랜드 가이드라고 생각하거든요.일을 할 때마다 '쉬워? 명확해? 위트있어?'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하는데, 박서련 작가님의 글이 여기에 부합했어요.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작가들의 음식 에세이를 싣는 '요즘 사는 맛'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데, 박서련 작가님이 써주신 에세이가 너무 좋았거든요.
Q. 우아한형제들에는 각기 다른 팀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어요. 다른 팀과 비교해 기업브랜딩팀이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배민'을 브랜딩 하는 게 아니라 '우아한형제들'을 브랜딩 한다는 걸 늘 상기해요.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이라는 회사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고, 우아한형제들에 관심이 있지만 배민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거든요. 기업브랜딩팀에서는 기본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콘텐츠를 만듭니다. 나아가 기업이 일방적으로 하는 홍보가 아니라, 누구나 볼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재미와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하죠.
'주간 배짱이'를 이끌고 있는 김상민 팀장 ⓒ최지훈
Q. 배짱이의 시작이 궁금해요. 어떻게 팬클럽을 운영하게 되었나요?
배달의민족이 스몰 브랜드였던 시절부터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선보이면 "배민 너무 좋아, 너무 재밌어"라는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종종 팬클럽 만들면 연락해 달라는 분들이 생기면서 조직 내에서도 '정말 한번 만들어 볼까?'라는 목소리가 있었죠. 그러던 중 2015년 제1회 배민 신춘문예를 개최하면서 심사위원단을 모집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어요. 돈을 주는 활동도 아니고, 영광이 있는 일도 아닌데 이렇게 우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어떤 마음인지 궁금해서2016년에 1기 배짱이를 모집했어요.
Q. 매년 팬미팅을 개최하던 '배짱이' 프로젝트가 현재는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로 발전했어요.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뉴스레터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당시 저는 '배짱이' 자체가 단순히 팬클럽을 운영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을 응집시키고, 소통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꼭 팬클럽의 형태여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주간 배짱이를 시작한 2020년은 뉴스레터가 떠오르던 시기였어요. 더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하는 데는 뉴스레터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 또한 사이드 프로젝트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었구요.
Q. 오픈율이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브랜드가 뉴스레터를 만든다고 하면 1차적으로 '광고를 하겠구나'라는 선입견이 있어요. 처음 주간 배짱이를 기획할 때도 이 짐을 어떻게 덜어낼 수 있을지가 가장 고민이었죠. 콘텐츠를 만들지 말지 결정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구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인가?'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요.
가급적 배짱이들이 궁금해할만 내용을 전하기 위해 현재 주간 배짱이에 실리는 콘텐츠의 절반 이상은 구독자의 피드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그러다 보니 '배민은 콘텐츠에 진심이구나.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구나'라는 신뢰가 생기는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발행된 주간 배짱이 콘텐츠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회차가 있나요?
최근 배달의민족 구성원들의 MBTI를 조사해서 콘텐츠(104. 마케터 MBTI는 다 E로 시작하나요?)로 풀어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것도 '배민 구성원의 MBTI가 궁금하다'는 구독자의 피드백에서 시작됐어요. 슬랙으로 전사 직원들의 MBTI를 취합해 공개했죠.
이러한 이야기는 배달의민족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의 공식 SNS 채널에서는 할 수가 없는 이야기거든요. 하지만 뉴스레터라는 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라면 가능하죠.구독자 분들이 콘텐츠를 보고 '너에게만 알려주는 거야'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배민과 구독자 사이에 더욱 끈끈한 라포가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콘텐츠로 팬덤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역시 '꾸준함' 입니다. 인간관계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죠. 첫 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지만, 정말 무서운 건 두 사람 사이에 시간과 서사가 쌓이면서 생기는 정(情)이잖아요. 이렇게 맺어진 관계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훨씬 더 단단하고요. 지난 2년간 한 주도 빠짐없이 메일을 보낸 것이 <주간 배짱이>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꾸준함을 무기로 팬들과 소통하며 정직하게 규모를 늘려왔기 때문이죠.
일하는 공간을 일할 맛 나는 공간으로 만든 우아한형제들! '구성원이 안 오고는 못 배길 사무실'은 어떻게, 그리고 왜 기획됐을까요? 이번 폴인세미나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공간에 조직의 가치와 일 문화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또 재택근무 환경에서 구성원 간 소통을 잘 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는지 그 경험담을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