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의 사춘기 김광수 대표는 여성복 발망, 구호(KUHO) 디자이너였습니다. 취미로 식물을 키우다 본업에서 잘하던 브랜딩 능력을 살려 플랜테리어 디자인 그룹 '마초의사춘기'를 만들었죠. 김광수 대표는 플랜테리어로 더 많은 사람이 식물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식물을 키우는 기쁨을 경험하며 쉽게 버리지 않고, 식물이 하나의 문화가 되길 꿈꾼다고 하는데요. 식물로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김광수 대표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우리는 기존과는 다르다, 하지만 섬세하다'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브랜딩을 했어요"
김광수 마초의사춘기 대표
Q. 원래 여성복 디자이너였다고 들었어요.
여성복 구호(KUHO) 파리 컬렉션 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일은 재밌지만 고되고 힘들어서 번아웃이 왔던 것 같아요.
지친 생활을 이어가다 식물을 찾게 됐어요. 프랑스에서 경험한 가드닝이 떠올랐죠. 정원을 가꾸던 귀족사회 문화가 남아있어서 꽃과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바게트보다 꽃이 저렴할 정도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도 했고요. 자연스럽게 마음의 여유를 찾으면서 가드닝 클래스도 들으면서 취미활동을 이어갔어요.
그런데 비즈니스 관점에서 봤더니 이 시장에 '1등'이 없더라고요. 요즘 잘 나가는 의류, 쥬얼리 브랜드는 어디인지 단번에 브랜드가 떠오르는데 가드닝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잘하는 브랜딩을 해서 식물을 콘텐츠로 만드는 회사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조경업을 전공한 게 아니라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원서도 찾아 읽고, 전문지식을 얻기 위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지식만 쌓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이 회사를 키울지 고민했죠.
지금까지 디자이너로서 잘해온 것, 익숙한 것에서 답을 찾았어요. 식물을 패션 화보에 등장하는 모델처럼 연출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요. 단순히 촬영하는 게 아니라 식물을 멋지게 보일 수 있도록 기획해 사진을 찍고,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쌓아나갔어요.
식물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연출, 기획해 촬영한 사진. ⓒ 마초의사춘기
그러다 공간 연출 프로젝트로 B2B 사업을 처음 시작했어요. 식물이 필요한 공간을 꾸며달라는 요청을 주셨는데 플랜테리어라는 개념을 잘 모르다 보니 조경 장식 정도로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식물이 이 공간에 왜 필요한지' 연출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거든요. 조경회사가 아닌 디자인 스튜디오로 등록돼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최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설명하는 편입니다.
Q. 해오셨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알려주세요.
젠틀몬스터의 팀 파트너로 젠틀가든 전체 연출에 참여했어요. 공간뿐만 아니라 '제니'라는 연예인과 식물, 꽃이 잘 어우러지려면 어떻게 연출해야 하는지 다각도로 고민했던 프로젝트인데요.
제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은 무엇이고, 어떤 꽃이 적합한지, 사진을 찍을 때 걸어 나오는 스팟 포인트는 어디인지 등 디테일한 부분을 젠틀몬스터의 디렉션에 맞춰 전부 고려해야 했어요.
팀원들과 공간을 연출하면서 촬영할 때 원거리, 근거리, 높이까지 생각해 꽃과 식물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위치를 결정했어요. 디자이너 출신 팀원이 많다 보니 각자 세심한 포인트가 다르거든요. 각자의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좋은 시너지를 냈던 작업이고요.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플랜테리어 프로젝트에 팀 파트너로 참여해 플랜테리어를 선보였다. ⓒ 마초의사춘기
Q. 세컨드브랜드인 '가든어스'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마초의사춘기가 오피스, 상업공간을 꾸미는 B2B 회사라면 가든어스는 소비자 접점이 훨씬 큰 B2C 사업이에요. 일반 고객에게 식물을 추천하고 판매, 관리해주고 있는데요. 호텔과 라이브러리, 플랜트랩 등 콘셉트가 전부 다른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플랜테리어 작업 이후 남는 식물 폐기물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찾은 비즈니스 모델 '가든어스' ⓒ 마초의사춘기
가든어스 론칭의 시작점은 '폐기물'이었어요. 플랜테리어 작업을 할 때는 정말 재밌는데 프로젝트가 끝나면 시들고 안 예쁜 것은 버려달라는 요청이 종종 있었거든요. 그런데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면 쉽게 버릴 수 없잖아요. 식물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면 책임감을 가져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공간 연출에 사용했던 식물을 무료로 나눠드렸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자연을 보호하려는 아이디어를 실천했을 때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든어스를 만들게 됐어요.
Q. 호텔, 라이브러리 등 콘셉트를 달리해 가든어스를 운영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마초의사춘기를 만들고 운영하며 어렵고 아쉬운 부분을 가든어스로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플랜트 호텔은 식물 키우기를 힘들어하는 분을 위한 매장입니다. 체크인하고 식물을 맡기면 전문지식을 가진 가드너가 분갈이 서비스를 제공하고요.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 맡겨주시면 케어도 해드려요.
플랜트 라이브러리에는 식물과 관련된 국내, 외국 서적을 120권 정도 배치해뒀어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이 식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식물을 잘 몰라도 조금만 공부하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가 있을 때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하는 MZ세대가 많다고 판단해 매장을 연희동에 오픈했습니다.
Q. 2022년 4월 더현대 사운즈포레스트에서 가든어스 브랜드로 팝업전시를 열었죠.
더현대의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서는 샤넬, 까르띠에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팝업전시를 많이 해왔어요. 그런데 저희가 국내 1호, 로컬 브랜드 1호로 팝업전시에 참여한 거죠.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고 생각해요. 가든어스 브랜드 뿐만 아니라 마초의사춘기의 연출력까지 보여줄 좋은 기회였고요. 단순히 멋진 공간을 연출하는데 끝나지 않고 가든어스 콘셉트인 식물 순환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어요.
처음으로 식물과 함께 꽃도 판매했는데요. 꽃을 사시는 분들에게 꽃이 마르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렸어요. 버리지 않고 마른 꽃으로 왁스나 디퓨저를 만들 수 있는 키트를 선보였죠. 고객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꽃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폐기물을 만들지 않기 위한 방법까지 안내하는 저희 의도를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분이 많았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이 식물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자연을 소중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실천하게 되니까요.
2021년에는 전국의 모든 자영업자를 가드너로 만드는 게 제 꿈이었어요.식물에 대한 지식을 많은 분에게 교육해서 가드너로 인증해드리면, 그분들이 각 지역에서 식물 문화를 발전시켜주시는 거죠. 그런데 이 방법으로 식물 문화를 자리 잡게 하려면 속도가 더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기업 컨설팅을 활발히 하려 해요. 폐기물을 만들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니즈가 크다보니 ESG 경영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잖아요. 사회적 파급력이 큰 기업과 함께한다면 식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하는데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