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의 카카오톡’을 들어보셨나요? 12년 차 스타트업 딜리셔스(dealicious)가 만든 패션 도·소매 거래 플랫폼 ‘신상마켓’의 별명인데요. 동대문 패션 도·소매상 80%(약 1만 1000곳)가 입점해, 이렇게 불린다고 합니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동대문 패션 시장은 전성기를 누렸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소비자가 이곳을 떠나버렸죠. 이때 딜리셔스는 동대문에선 반경 10km 안에서 디자인·제작·유통이 모두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디지털 전환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2013년부터 전단 1만 장을 들고 도소매상을 찾아다닌 결과, 신상마켓은 누적 거래액 2조 원이 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딜리셔스는 어떻게 전통시장을 디지털화하는 데 성공했을까요? 오는 31일 저녁 8시 폴인 세미나에 출연할 장홍석 딜리셔스 공동대표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오프라인에 이미 존재한 것들의 시공간을 확장하는 게 중요하죠. 핵심은 '연결'입니다.”
장홍석 딜리셔스 공동대표
Q. 오프라인 방식에 적응한 동대문 도소매상을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유일한 방법은 직접 찾아가는 것밖에 없었어요. 종이 전단을 1만장 찍어서 동대문 패션 도매시장을 돌아다녔습니다. “30초면 신상마켓에 상품을 등록할 수 있고, 거래도 쉬워져 사업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소개했어요. 회사명에 ‘거래(딜, deal)’를 넣은 것처럼, 사업을 쉽고 즐겁게 만들어 준다는 점을 어필했죠. 도매상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와 닿아 있는 소매상도 설득하기 위해, 지하철역에 있는 편집숍까지 찾아갔습니다.
Q. 현재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플랫폼 ‘신상마켓’이고, 다른 하나는 풀필먼트 ‘딜리버드’입니다.
신상마켓은 앱을 통해 도소매상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하루 평균 거래가 약 2만4000건 정도죠. 도매상은 트렌드를 반영한 새 상품을 주로 내놓는데요. 이를 신상마켓에 광고해, 주력 상품을 페이지 상단에 올립니다. 시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상품을 걸어놓는 것처럼요. 소매상은 도매상이 그렇게 강조한 상품을 보면서 최근 트렌드를 파악하며 필요한 걸 구매하죠.
또 하나는 딜리버드입니다.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진 상품의 검수·입고·고객 배송을 담당하죠. 이를 위해 동대문에 1만㎡(약 3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딜리버드의 차별화 지점은 공산품이 아닌, 다(多)품종 소량의 물건을 취급한다는 겁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사이즈도 제각각인 상품을 다루죠. 이걸 잘하려면 상품 거래 정보가 쌓여있어야 합니다. 저희도 5년 넘게 데이터를 쌓은 뒤 2020년 딜리버드를 론칭했어요. 이 서비스는 코로나19 상황임에도 2021년 전년 대비 900% 성장했습니다.
Q. 고객이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합니다.
막연히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창업한 소매상이 계셨어요. 이분은 동대문을 직접 찾지 않고도 신상마켓과 딜리버드를 활용해 창업 3개월 만에 매출 70배 성장을 이뤘다고 해요. 이분이 따로 한 건 스마트스토어라고도 불리는 소비자 접점을 만들고, 자신의 사무실을 따로 둔 것뿐이었어요.
이런 사례를 보면서 저희의 고객들을 나름대로 재정의해봤습니다. 저희는 도매상을 ‘창작자’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창조하는 일이 핵심이죠. 소매상은 ‘마케터’라고 봅니다. 요즘 유행하는 옷을 찾아 개별 소비자에게 어떻게 팔지 고민하는 데 집중하죠. 그 외에 모든 반복되는 일은 저희가 대신하고자 합니다.
Q. 전통 시장의 디지털 전환 때 적용할 만한 원칙이 있을까요?
중요한 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쪽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이미 오프라인에 시장이 존재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기존 규칙과 시장을 이루는 사람들이 어떤 분들인지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온라인에서 옷을 주문하더라도, 결국 오프라인에서 옷을 입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자산이 시공간을 넘어 확장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즉, 연결이 가장 본질적인 가치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연결을 어떻게 더 효율화하고 확장할지 이걸 계속 고민하는 게 필요합니다.
Q. 딜리셔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2022년 하반기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가나 구매력을 고려했을 때 시장 규모는 100조원 정도로 봅니다. 반면 시장 형태는 여전히 소규모 오프라인 중심입니다. 동대문과 같은 클러스터도 없고, 온라인 패션 시장 역시 유명한 브랜드(라쿠텐·조조타운·유니클로) 위주에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본 소매상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이 있는 동대문을 연결하려 합니다.
딜리셔스는 어떻게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동대문 패션 시장을 디지털화했을까요? 레거시 시장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K패션 도소매 거래 1위 플랫폼이 될 수 있었던 비결,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K패션의 가능성과 전망까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성장 전략에 관심있는 분과 스타트업 창업자분들께 이 세미나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