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에 콘텐츠 협업을 제안했다가 이런 '반문'을 들었습니다. 예상 못한 '겸손한' 질문에 외려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네이버웍스는 글로벌 고객사 수 35만, 라인웍스라는 이름으로 5년 넘게(2021년 추정치 기준) 일본 시장 1위를 기록한 B2B 서비스입니다. 그렇지만 B2C로 주목받는 '힙한 서비스'는 아니죠.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거꾸로 이런 질문이 떠올랐어요. '대형 IT 회사에서 기업이 고객인 B2B 서비스를 다루는 사람은 어떻게 전략을 짤까?', '통통 튀는 기능 대신 회사 업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기능을 제일 잘 만드는 사람의 업무 인사이트는 뭘까?' 같은 것들이요.
그런 호기심을 토대로 네이버웍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일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디자이너, 기획자, 인사 담당자를 만나기에 앞서 사업 전략을 짜는 김주희 리더가 이야기를 먼저 풀었습니다.
이건희 폴인 에디터
웍스모바일 판교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김주희 리더. ⓒ송승훈
“제가 겪은 네이버 사람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내가 하면 1등이다"가 아닌 "1등이 될 때까지 한다"는 마인드셋이 있다는 거예요”
김주희 웍스모바일 Global Biz Planning 리더
Q. 네이버 최초의 B2B 서비스, 왜 일본이었나요?
B2B 서비스 입장에서 일본은 품질 기준이 처음부터 높은 곳이었어요. 처음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면 '아웃(OUT)' 되는 곳이었습니다. "한 달 안에 고치겠습니다"라는 말이 먹히지 않는 곳이었죠. B2C 중심 서비스가 일단 린(lean)하게 기능을 내놓은 다음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서비스를 살찌우는 것과는 호흡이 달랐죠.
그런 일본을 뚫어보자는 마음으로 신사유람단이 돼 시장을 조사하러 갔습니다. 처음에는 이미 갖고 있던 메일과 드라이브를 통합해 업무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만들어보려 했어요. 하지만 생각만큼 쉬워 보이진 않더군요. 메일로 접근하자니, 마이크로소프트(Office 365)와 구글이 일본 시장에 이미 자리 잡아서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틈이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에는 B2C 메신저는 많았지만, 회사용 메신저는 없었어요. 하지만 회사용 메신저를 원하는 니즈는 있었어요. 이런 메신저가 나오면 구매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구매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마침 네이버에는 라인이라는 브랜드가 있었고요.
메신저 '라인'과 네이버의 '업무 도구'를 결합하면 되겠다는 기회가 보였습니다. 그렇게 메신저를 품은 업무용 협업 도구 '라인웍스'가 탄생했어요.
웍스모바일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얻은 매출 1만9672엔이 보관된 모습. ⓒ김주희 리더
Q. 론칭 연기, 첫 매출 20만원…초기 네이버웍스가 깨달은 것이 있나요?
일본에서 법인을 세운 건 2015년이었는데요. 같은 해 서비스 론칭을 목표했습니다. 하지만 예정대로 열지 못하고 같은 해 9월 베타 버전부터 내놨어요.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는 서비스인지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했거든요.
기능적인 측면도 현지 특성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일본에는 나이가 많은 근로자도 많기에, 이걸 보완할 쉬운 사용성이 핵심이 되게끔 기능을 기획했어요. 브랜드 메시지도 사무실 밖 모바일로도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현장성'을 강조했죠.
2016년 1월 일본에서 서비스 론칭할 당시의 라인웍스 홈페이지. ⓒ웍스모바일
그렇다 보니 브랜드 소개 사이트의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을 썼어요. 검토에 검토를 더해 브랜드 사이트의 구성과 일러스트 스타일까지 현지 정서에 맞게 바꾸는 작업을 거쳤죠. 이런 과정을 거쳐 2016년 1월에 정식 버전 론칭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첫 고객에게 받은 돈이 1만9672엔(약 20만원)이었습니다. B2C에서 출발한 저희가 B2B로 고객에게 받은 첫 매출액이었죠.
이렇게 B2B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하고 키우며 깨달은 것이 3가지 있습니다.
B2B 서비스는 기존 B2C 서비스보다 더 좋게, 정교하게 서비스를 만들어라.
백오피스(Back Office, 거래 체결 이후의 과금·정산을 처리하고, 핵심 고객인 파트너의 업무를 도구로 지원하는 것)의 완결성을 갖춰라.
현지 시장에 맞는 메시지를 서비스에 심어라.
Q. 일본서 5년간 1등을 한 다음, 한국을 공략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후 라인웍스는 일본 협업툴 시장에서 2017년부터 2021년(추정치)까지 1위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많은 분이 물어보세요. 성공적인 글로벌 B2B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데, 왜 한국에서 브랜드명까지 '네이버웍스'로 바꿔가며 도전하고 있느냐고요.
한국에서도 이미 서비스는 존재했지만, 일본처럼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자는 결정을 하기까지 3~4년간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시장 상황과 네이버웍스의 역량을 해마다 점검하며 진출 가능성을 검토했죠.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고, 시장이 협업 툴을 주목하는 걸 봤습니다. 기회를 엿보던 경쟁사들이 서비스를 내놓는 상황도 있었고요. 이런 게 복합적으로 적용되면서 박차를 가하자는 결정을 내렸어요.
네이버가 쓰는 올인원 협업툴 ⓒ네이버웍스 유튜브
또 하나의 배경으로는 B2B가 있습니다. 네이버웍스가 일본 시장에서 뛰는 사이, 네이버라는 큰 그룹의 B2B 포트폴리오가 많이 늘어났어요. 대표적으로 클라우드가 있고, AI를 다루는 클로바도 있죠. 네이버웍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이전까지 홀로 B2B 영업을 하다가 네이버와 힘을 짜서 접근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봅니다.
결국 B2B 서비스에선 기업이 서비스를 도입할 때 고려하는 것들을 얼마나 제대로 수용·조율해 제품화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시간과 투자였죠.
특히 네이버는 AI(클로바), 슈퍼컴퓨터 도입 등 이전보다 더 강력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이렇게 저희만이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토대로 저희는 '네이버 B2B'의 특성을 잘 살려보려 합니다. 네이버가 미리 얻은 신뢰를 활용하는 거죠.
익숙한 브랜드인 네이버가 만든 협업 도구 네이버웍스를 활용하는 건 허들이 낮을 수 있다고 봅니다. 부서 1곳에서만 실험적으로 시작해볼 수 있고, 그룹사의 영업지점만 묶어서 협업툴 활용도 가능하죠. 단순히 매출액을 높이기보다 이런 레퍼런스를 쌓으면서 그룹사 성과의 앞단에 서는 역할을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