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가 바뀌고 있습니다. 단순히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한 특별한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죠.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평가한 이 시장의 규모는 약 20조원. 2008년보다 약 4배 이상 커졌습니다.
플랫폼 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 새로운 행보를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취향을 잇는 거래’로 자체 수익모델(BM)을 만든 번개장터입니다. 번개장터의 거래 패턴은 생활용품을 주로 사고파는 경쟁사와 완전히 다릅니다. 패션과 레저, 디지털 제품이 전체 거래액의 80%를 차지합니다. 이런 ‘취향 저격’ 상품에 택배·결제 등을 붙여, 2021년 거래액 1조7000억원, 총 투자 유치액 1380억원, 누적 가입자수 1700만명을 달성했습니다.
번개장터가 이런 고속 성장을 이룬 비결은 무엇일까요. 앞으로 어떤 ‘중고거래 시장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요. 폴인 에디터가 직접 최재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나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폴인, 최지훈
“소비 패턴의 변화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제대로 준비한’ 플랫폼이 고객의 선택을 받겠죠.”
최재화 번개장터 최고운영책임자 (COO)
Q. 경쟁사와는 다른 번개장터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취향을 잇는 거래’가 저희 슬로건이에요. 번개장터는 레저와 취미 카테고리에서 발생하는 거래액이 전채 규모에 70~80%를 차지합니다. 생활용품 중심으로 알뜰한 소비가 발생하는 경쟁사와는 완전히 다른 현상이죠.
2019년 번개장터에 합류한 새 경영진들은 이 특이한 거래액 수치에 주목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디깅(digging)하는 소비 트렌드를 발견한 거죠. 그래서 패션, 스니커즈, 명품 등 거래가 자주 발생하는 제품군을 핵심 카테고리로 정하고, 전문적으로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때는 무조건 번개장터부터 떠오를 수 있도록요.
2021년 12월 기준 번개페이 월간 거래액은 330억 원으로, 2020년 6월 대비 3배 성장했다. ⓒ번개장터 인스타그램
Q. ‘포장택배’ ‘번개페이’ 등 수수료를 받는 수익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트래픽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에요. 중고거래 자체로 수익을 창출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죠. 번개장터는 그런 점에서 중고거래를 더 편리하게 만들거나 특별한 가치를 더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에 주목했습니다.
포장택배가 대표적인 예죠. 판매할 물건을 집 앞에 내놓으면 번개장터가 수거해가는 서비스입니다. 중고거래는 일반 커머스와 달리 ‘개인’이 판매자라, 직접 박스를 포장하고 택배 접수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커요. 그 불편함을 해소해 준 거죠. 그랬더니 ‘다시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고객이 9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번개페이' 거래액도 월간 330억 원에 달합니다.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뒤 ‘최종 구매’를 눌러야 판매자에게 지급되는 안전결제 서비스인데요, 한정판 스니커즈나 명품 등 고가 제품 거래 때 찾는 고객이 많은 편입니다. 100만 원짜리 물건을 살 때 ‘안 오면 어떡하지?’ 불안해하는 것보다 3.5% 수수료를 내고 안전하게 물건을 거래하고 싶은 고객이 많은 거죠.
지난해 더현대서울에 선보인 오프라인 공간 BGZT Lab by 번개장터(브그즈트 랩) ⓒ번개장터
한정판 스니커즈와 명품 카테고리에서 전문적인 검수 역량을 갖춘 번개장터의 강점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어요. 백화점에선 1층 화장품, 2층 여성의류 하는 식으로 카테고리 전문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잖아요? 반면 모바일에서는 그러기가 힘들죠.
그래서 스니커즈·조던1·명품 등 번개장터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카테고리를 브그즈트랩과 브그즈트 컬렉션에 선보였습니다. 중고 물건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한 거죠.
번개장터의 전문성을 드러내는 확실한 기회가 됐습니다. 온라인 중고거래의 메가트렌드보다 나의 ‘취향’이 중요해지면서, 자신의 원하는 분야를 디깅(digging)하며 전문성을 추구하는 경향은 더 뚜렷해지고 있어요. ‘비즈니스 쇼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2021년 번개장터에서 진행한 광고 캠페인 취향을 거래하자 '취향거래' 편 ⓒ번개장터
Q. 앞으로 번개장터가 핵심 카테고리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중고거래를 해왔던 회사를 인수해 그 DNA를 번개장터에 심고 있어요. 특히 저희가 주목하는 건 그들이 가진 노하우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거래 환경이 달라져도, 고객들은 여전히 ‘전문성’을 원합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거래할 때 진짜 좋은 제품은 무엇인지, 판별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인 거죠. 그래서 번개장터는 앞으로도 계속 중고거래에 진정성을 가진 파트너사를 확보해, 서비스 전문성을 더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쇼핑을 시작할 때 ‘중고 먼저 검색해 볼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대가 올 것 같아요. 브랜드에 대한 취향이 확실한 제품일수록, ‘중고품이라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영역에서 활발한 거래가 일어날 거예요. 특히 디지털 기기나 명품 등 단가가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중고거래 시장이 팽창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21년 거래액 1조7000억원, 총 투자 유치액 820억원, 누적 가입자 수 1700만명. 2011년 론칭 후, 번개장터는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계속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앞으로 더 성장할 거라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번개장터가 구축하려는 그들의 세계관은 무엇일까요? 최재화 COO를 통해 시장의 기회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