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노부오 양품계획 사장을 만나뵀습니다. 무인양품의 전략과 계획을 소개하는 그의 문장에는 막힘이 없었습니다. 특히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아니다"라며, 브랜딩의 틀에서 벗어나 회사의 미션을 그대로 전하길 원했어요.
도마에 사장은 유니클로로 알려진 패스트리테일링의 2인자로, 부사장까지 지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보다 지금 어떻게 일하는지 이야기하길 원했어요. 자신을 빛내는 방법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쪽을 택한 겁니다.
포장보다 본질. 도마에 사장의 이야기를 쭉 들으며 떠오른 단어였습니다. 어쩌면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무인양품 뜻 자체를 품은 사람은 도마에 사장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에게 앞으로 무인양품을 어떻게 성장케 하려는지 물었습니다.
도헌정·이건희 폴인 에디터
"매장을 '판매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하면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매장을 '커뮤니티'라 생각하면 존재 이유는 이어지겠죠."
도마에 노부오 양품계획 대표이사 사장
Q. 무인양품이 꼭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나요?
무인양품은 1980년에 처음 시작됐는데요. 40여년 전에는 평범한 생활·사람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지금은 도시에 있는 '센스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생활을 심플하게 지원하는 브랜드로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일상생활을 풍부하게 한다는 본질로 돌아가려 했어요. 지금은 이 선언을 한 지 3개월이 지났고, 내부적으로는 이 생각을 이해하도록 하며, 외부적으로는 이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을 모아 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위치한 코난다이버스 매장. ⓒ무인양품
Q. 무인양품의 중장기 계획이 궁금합니다.
회사의 존재 의의는, '보통 사람들의 보통 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것에 공헌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밝힌 중기 계획은 2024년까지 글로벌 포함, 320개의 점포를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각 지역의 생활을 좋게 하려면 그곳이 가진 과제를 알아야 해요. 그 과제에 맞춰 각기 다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각지에 있는 점포가 지역에 밀착해 연구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장에 같은 방침을 내리지 않습니다. 방침을 동일하게 전하면 각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봐요.
Q. 계획을 가능케 할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각 매장의 점장이 개별적으로 판단해 활동하는 '지역사업부'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인구 60만 명당 무인양품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큰 매장 한 곳을 두고, 그곳을 중심으로 자리한 슈퍼마켓 6곳 가까이에 일반 매장을 두려고 해요. 여기서 핵심은 '커뮤니티 매니저'라고 이름한 매장의 점장입니다.
지역민에게는 전국에 400~500개 무인양품 매장이 있어도, 결국 눈앞에 있는 매장이 '100% 무인양품' 입니다. 눈앞 공간이 내 삶에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 우리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이 역할을 잘하도록 키울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실행하는 경영자의 태도로 일하도록 만들려 하죠. 사장을 대신해 회사의 대표라는 마음을 갖도록요.
일본 도쿄 아리아케 지역에 만들어진 무인양품 매장 1층에는 베이커리와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다. ⓒ무인양품
Q. 다른 각도로 생각하면, 최근 '오프라인 스토어'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서 매년 100곳이상을 내놓는 건 상당히 공격적으로 보입니다.
매장을 '판매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하면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매장을 '커뮤니티 센터'라고 생각하면 존재 이유는 이어지겠죠. 무인양품이 매장을 해마다 100곳씩 늘리려는 것 역시 커뮤니티 100곳을 제공하고 싶어서죠. 슈퍼마켓 옆에 많이 두려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온라인을 챙기지 않는 건 아닙니다. 온라인에서의 판매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 3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그만큼의 실력을 키우는 과정에 있습니다.
Q. 2020년 12월에 오픈한 '무인양품 아리아케'가 말씀한 '커뮤니티 센터' 매장으로 보입니다. 1년간 운영한 결과는 어땠나요?
아리아케에는 새로운 맨션이 많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젊은 연령대의 가족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죠. 새 건물이 많은 만큼 실내에 필요한 가구가 적잖은데, 그런 걸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챙겨야 하는 지역인 거죠. 그래서 생활용품뿐 아니라 가구까지 모두 매장에 모아봤습니다(일본에는 가구가 모여 있는 매장이 드뭅니다).
또 새로운 가족이 많다는 건 주민들과 차 한잔하며 교류하는 일도 있다는 걸 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1층에 카페와 같은 공간을 뒀죠.
이처럼 전국을 위해 모델 점포를 만들었다는 것보다 아리아케라는 지역에 최적화한 매장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매장을 늘릴 때도 지역마다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즉, 과거의 '체인 매장'처럼 매장을 똑같이 'Copy&Paste(복사&붙여넣기)'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나하나의 매장이 지역에 맞는 매력을 갖도록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