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공간 #고객경험 북촌 설화수의 집,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의 탄생 Interviewer's comment 위드 코로나 시대에 공간, 그리고 브랜딩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치열한 고민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감도높게 보여주는 공간은 흔치 않습니다.
지난 11월, 아모레퍼시픽이 서울 종로구 북촌에 ‘설화수의 집’을 열었습니다. 자사 대표 브랜드 ‘설화수’의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1930년대의 한옥과 1960년대의 양옥을 연결해, 설화수가 갖고 있는 지향점과 취향을 느리게, 차분히 보여주겠다는 브랜드의 발상. 처음부터 강하게 끌렸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결을 같이 하는 공간을 찾기 위해 몇 년이나 시간을 들여 공들여 준비 과정을 밟았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북촌 설화수의 집을 책임지고 진행한 아모레퍼시픽의 이선영, 이지민 팀장을 만났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 브랜딩과 공간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지 생생한 목소리로 들어보시죠.
박지호 영감의 서재 대표 (왼쪽부터) ‘설화수의 집’ 기획을 담당한 CX팀의 이선영 팀장, 크리에이티브 팀의 이지민 팀장 ⓒ송승훈 “앞으로의 럭셔리는 “내가 잘났어”를 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공유하고 향유하는 거예요.” 이선영 CX(Customer Experience) 팀장, 이지민 크리에이티브 팀장 Q. '설화수의 집'이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도출됐나요? 브랜드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 사람의 취향과 감각을 보여주고 나누는 장소라는 콘셉팅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이선영(CX 팀장, 이하 '선영') : 초반부터 집을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그때만 해도 북촌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던 시기였거든요. 창성상점, ABC 인삼 크림 같은 코리안 헤리티지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죠.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은 줄어들고 북촌에 국내 젊은 친구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이분들이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바뀌었죠.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설화수의 집'의 한옥 ⓒ송승훈 둘러보니 코로나 여파로 다들 집에 관심이 많아지더라고요. 누군가의 집에 가면 그 사람의 취향을 알게 되는 공간으로 포지셔닝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느껴졌어요. 또 이 한옥과 양옥이 원래 누군가 살았던 진짜 '집'이기도 했고요. '집이라는 개념을 하나 더 얹자. 설화수의 집에 가서 설화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드리자' 이지민(크리에이티브 팀장, 이하 '지민') : 그동안 설화수가 젊은 세대와 직접적인 소통의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요. '집'이라는 공간은 사적이면서 그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취향과 관점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매개체였어요. 이 콘셉트를 통해 좀 더 밀접하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간에서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공간이 담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를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설화수의 집'의 양옥 ⓒ송승훈 Q. 영감의 서재를 포함해 원오원아키텍츠(건축), 길종상가(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촘촘하게 협업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크리에이터와 전문가 분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고 어떤 원칙으로 협업에 임했나요? 지민 : 한옥과 양옥 모두 시대성을 갖고 있는 건물이잖아요. 각각의 시대성을 지닌 공간을 콘텐츠와 가구, 오브제로 채우면서도 설화수의 색도 담아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설화수와 가장 연결성 있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작가들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찾았죠. 그런데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감을 담기 위해 섣불리 크리에이터 분들께 의뢰하기는 어려웠어요. 콘셉트가 '집'으로 정해진 후에 크리에이티브 팀은 2가지 기준을 고려했습니다.
저희 팀 멤버들이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확인하고 크리에이터 분들께 제안을 드려 실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크리에이터 선정에는 7doors, 가구 및 오브제는 길종상가, 허명욱, 김무열, 임정주, 이인화, 김덕호 작가님 등과 협업했어요. 덕분에 한옥에서 양옥으로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죠. 플라워 인스톨레이션도 청록화 아뜰리에에서 한국적인 미감을 살려 공간에 마지막 터치를 더해주셨고요. 이처럼 내부 인하우스 크리에이터들의 브랜드에 대한 고민과 외부의 실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고유의 감각과 에너지를 더할 때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Q. 모든 가구나 오브제 등이 설화수의 취향과 감각으로 합쳐지고 공간에 입혀진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설화수 브랜드, 팀원들의 시각에서 조정해 나갔던 디테일은 어떤 게 있나요? 지민 : 이곳에는 안과 밖, 시간, 건축양식의 경계 등 다양한 경계와 연결점이 존재해요. 먼저 기존에 남아있던 조명, 건축 마감, 문틀 등을 업사이클링해서 흔적을 보존했습니다. 동시에 현재 동시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가구와 오브제를 섞어 배치했죠. 이렇게 경계를 허무는 작업들을 진행했어요. 또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옥에서 양옥까지 관통하도록 한옥 내부의 모든 가구와 오브제를 아이레벨보다 낮게 배치했어요. 한옥에서도 양옥까지의 시야를 연결감 있게 확보됐죠. 비주얼 하나, 오브제 하나를 놓고도 설화수와의 취향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개발 과정 내내 했던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디테일에 대한 욕심과 공간에 대한 자부심이 컸어요. 쉽게 타협하지 않았죠.
선영 : CX팀에서는 누군가의 집에 들어왔을 때 환대 받는 콘셉트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어요. '설화수의 집의 가장 고층에 있는 설화살롱에 올라오기까지 전체적인 여정에서 어떤 인상을 남길까.' 플래그십 스토어는 사실 리테일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판매 기능 대신 집이라는 콘셉트를 가져옴으로써 리테일의 부담을 덜어내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으로 세팅했어요.
우리가 집을 꾸밀 때 내 취향과 관심사 위주로 꾸미죠. 그렇다고 모든 물품에 내 이름을 새겨두지는 않아요. 이곳의 각 공간들도 헤리티지를 담고 있지만, 이걸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하나의 오브제처럼 연출되길 바랐어요. 이렇게 연출하기 위해서 브랜드의 모태부터 지금까지 아카이빙된 자료들을 여러 번 찾아봤고요. 특히 한옥에서 설화수의 헤리티지를 직접적이 아닌, 뉘앙스로 느껴지게 하려면 아카이빙된 자료 중에 무엇을 더 취하고, 무엇을 더 덜어내야 할지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덕분에 한옥에 있는 헤리티지 공간은 더 간결해졌고 여백의 미가 살아났어요. 양옥 1층도 처음 기획과 달리 쉼의 공간으로 남겨두기로 했죠. 여백과 에센스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었죠. Q. 저 역시 브랜드 자산은 적을수록 좋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습니다만, 회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선영 : 집이라는 콘셉트를 정하면서 좀 더 과감해질 수 있었어요. 럭셔리 브랜드들이 전하는 가치가 바뀐 것 같아요. 이제 저희가 생각하는 럭셔리는 “내가 잘났어”를 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공유하고 향유하는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죠. 다행히 공간이 완성되고 나서 옳은 선택을 했다는 걸 느꼈어요. 지민 : '브랜드다움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관점도 달라진 것 같아요. 우리가 몰랐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고객과 공유하는 것까지도 설화수라는 브랜드의 맥락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큰 향나무, 중정의 석탑과 석등은 원래 이 곳에 있던 것이거든요. 양옥도 전등, 타일을 그대로 남겨뒀죠. 건축가도 설화수도 이걸 존중하자는 입장이었고요. 프로젝트 자체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아름다운 공간에 설화수 색채를 천천히 자연스럽게 입히는 과정이었어요. ※ 이 콘텐츠는 <박지호의 '코로나 이후 공간기획'>의 2화 중 일부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성과, 공간 콘텐츠 큐레이션 등에 관한 인터뷰 전문은 폴인에서 확인하세요. NEW! 다른 멤버들이 많이 본 신규 스토리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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