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희 에디터입니다. "업계에서는 유명한데, 대중에게선 한 발짝 뒤에 계신 비결이 뭐죠?" 송길영 작가가 호명한 두 번째 업계 네임드, '비마이게스트' 김아린 대표를 만나 던진 첫 질문이에요. 비마이게스트는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설화수의 집‧성심당 케익부띠끄 등을 브랜딩한 곳이지만 대중에게 그 이름이 잘 알려지지는 않았거든요.
김 대표는 "일부러 그걸 의도했다"고 말했는데요. 이어진 답변이 인상 깊었어요. "아는 사람만 찾는 구멍가게 체제로 20년을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김아린 대표를 업계 네임드로 만든 일과 브랜딩 철학, 오늘 아티클에서 만나 보세요!
"작고 반짝거리는, 마치 작은 향수 같은
그런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싶어요."
사유의 방, 백미당⋯ 20년 브랜딩한 '구멍가게'
늘 저희 회사를 '구멍가게'라고 소개해요. 창피해서가 아니라, 구멍가게가 제일 멋있는 것 같아요. 비닐봉지 하나하나 어디 있는지 알고, 반짝반짝 닦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1년에 4-5개 프로젝트만 맡아요. 회사의 모두가 고객에게 보여드리는 장표 하나하나, 그 속의 그림까지도 다 알고 있죠.
차라리 평양냉면이 되자는 거예요. 조미료 다 치고 정말 맛없는 음식이 되어 버리기보다는요. 이제는 개인이 하는 걸 기업이 못 따라가요. 개인이 취향을 갖고 자기스럽게 내놓는 아이템. 그런 걸 기업이 언제 계산해서 넣겠습니까. 못 해요(웃음). 슴슴하더라도 그 안에 깊이가 있고, 옆집 음식과는 너무 다르다. 저는 그게 핵심인 것 같아요.
관람자의 여정을 잘 세팅에서 감동 포인트를 숨겨두고, '기-승-전-초감동'을 설계해요. 그렇지만 사실 대부분이 '초감동'에서 경험을 끝내버려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거든요. 전시장을 나가서 발레파킹 키를 다시 받고 차 안에 들어가기까지의 경험, 탑승했는데 시원한 물 한 병이 놓여 있는 걸 발견하는 순간. 결국 사람이 라스트 마일이에요.
영화 굿즈를 기획할 때는 이야기와 이미지의 전체와 세부를 동시에 살펴요. 구석구석 쪼개고 관찰하다 보면, 의미를 담은 것들이 눈에 띄는데요. 주인공이 입었던 옷, 방에 놓인 CD… 미술감독이 세심하게 골라 배치한 아이템일 거거든요. 그중 현실의 오브제로 끌어오고 싶은 것들을 포착해요. 그걸 실제 물성을 가진 무언가로 해석하고 구체화하는 거죠.
작업은 매번 새로워서 지겹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같은 일 같지만, 같은 일이 아니에요. 배지를 만드는 일은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고, 일견 단조로운 공장식 제작 같을 수 있어요. 하지만 계속 새로운 작품을 다루잖아요. 매번 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요.꾸준히 작업해오다 보니 저만의 스타일이 생기긴 했죠. 그게 배움이라면 배움 아닐까요?
'죽지 않으려고'미친 듯이 움직였어요. 서비스도 생물이더라고요. 고객 니즈도 바뀌고 시장 구도도 바뀌거든요. 식전 빵 레시피만도 수십 번 바꿨어요. 옛날 버전의 빵을 먹어보면 깜짝 놀라요. 맛이 없어서요. 그땐 맛있었지만 지금 입맛에는 짜거나 느끼할 수 있거든요. 맛과 서비스가 작년이랑 똑같으면 고객들은 '그대로네'가 아니고 '후퇴했네'하니까요.
로드숍에서 대형몰로 지점을 옮기고 있어요. 기후변화 때문에요(웃음). 날씨가 점점 변화무쌍해지잖아요. 여름엔 열대 기후처럼 습하고 비도 갑자기 오고요. 이러면 소비자들도 점점 몰로 옵니다. 날씨 영향 없이 놀 수 있으니까요. 고객이 가니까 저희도 가야죠. 저희나 고객이나 윈윈인 전략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