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에디터입니다. 희녹 플래그십 스토어에 다녀왔어요. 박소희 희녹 대표와 공간을 설계한 이동일 스튜디오 언라벨 대표를 만나러요. 화려한 팝업 홍수 사이에서 묵직하게 자기 색깔을 내는 공간이라 궁금했거든요.
작은 규모였지만 두 사람의 생각이 꽉 차 있었어요. '일단 하자'가 없는 박소희 대표는 공간이 전할 경험을 3달동안 고민했다고 하고요. 이동일 대표는 '디자인을 디자인하면 안된다'며 이미지를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한다고 했어요. 공간에 들어섰을 때 제품이 아닌 희녹 그 자체가 느껴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관되게 정돈된 브랜드의 공간,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가장 자연스러운 것만 남기고 다 뺐어요.
마치 원래 여기 있던 것처럼. '여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죠."
'한 달간 제자리 찾기' 첫 플래그십에 희녹을 전하는 법
건물을 가계약하고 3개월 동안 공사 시작을 안 했어요. 대신 '고객에게 뭘 전달해야 하지?' 질문 하나를 끈질기게 던졌어요. '왜'가 납득이 안 되면 잘 못 넘어가거든요.고민 끝에 나온 키워드는 '전환'이에요. 희녹은 탈취제, 핸드워시 등 제품으로 좋지 않은 냄새를 없애주는데요. 기능적인 탈취뿐 아니라, 좋은 기운까지 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글로벌 시장에 나서는 행보를 보여주려고 북촌을 택했어요. 한국적인 멋과 희녹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뻔하지 않게 전하려고 했죠. 외국인 관광객 등 글로벌 접점도 있고요. 그래서 공간을 기획할 때는 희녹의 '한국스러움'을 뜯어봤어요. 한옥, 담벼락… 북촌이 충분히 한국스러우니까 내부에는 콘크리트, 스테인리스 스틸로 현대적인 표현을 섞었어요.
디자인을 디자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하지 말고, 이게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가 있어야 해요. 치밀한 디테일은 기본이고, 무드값을 정확히 내는 거죠. 신선하지만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몇 번이고 찾을 수 있는 그 감도요. 그래서 완공 후에 한 달간 ‘제자리’ 찾기를 했어요. 원래 여기 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만 두었죠.
'될 것같은'브랜드를 고르는 기준은요, 개인적이긴 하지만 '한 번 더 간 곳'이에요.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를 만나는데, 두 번 이상 갔다면 정말 맛있다는 뜻이거든요.무조건 하루에 한 번 시장 조사를 나가기도 하는데요, 30분 미만 거리라면 꼭 걸어가요.오가며 어떤 브랜드가 생기고 없어졌는지, 상권이 얼마나,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는 거죠.
백화점은 브랜드를 공간에 들이는 단계를 넘어, 직접 브랜딩을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됐어요.그릇, 숟가락, 물잔 하나까지 모두 봐드려요. 춘천 '감자빵' 팝업을 할 때에도, 감자 같은 모양새를 살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야채 바이어에게 부탁해 최대한 농산물처럼 보이게 포장했죠. 농부가 캐온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행사장도 밭처럼 연출했고요.
'책보다 재미있는 책 이야기'라는 슬로건처럼, 책 너머의 재미 요소를 녹여낸 점이 호응을 얻었죠.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책보다 유튜브가 재미있다고 말해도 될까?'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무조건 책이 재밌어야 한다는 건 제공자의 입장이더라고요. 사실 책보다 더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어야 책이 팔리니까요.편견을 넘어섰더니 성공한거예요.
흥미로운 기획이 먼저 나오고, 그 안에서 민음사라는 브랜드 혹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해요. '세계문학전집 월드컵' 시리즈역시 이상형 월드컵이라는 아이템을 고려하던 차에 마침 전집 400권 출간 프로모션 시기가 맞물려 구체화하게 됐죠.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고전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반응이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