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민 에디터입니다. 수능 이후 숫자와는 담쌓고 살아왔는데요. 전 직장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계 강의를 들었습니다. 딱히 열심인 수강생은 아니었는데, 수강 이후 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경제 기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이 회사가 정말 괜찮은 회사일까?' 의문이 들면 기사 검색하곤 했었는데요. 이제는 재무제표를 열어봐요.
토스 머니그라피, 삼프로TV 언더스탠딩 채널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재용 회계사를 만났습니다. 회계가 직장인에게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요. 회계란 무기의 경쟁력은 제가 생각한 이상이었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재용 회계사의 인터뷰, 지금 바로 읽어보세요!
"회계를 알면 다른 사람의 번역 없이 세상을 볼 수 있죠.
일단 알면, 시야가 넓어질 거예요."
우리 회사, 정말 위기가 아닐까? "재무제표에서 알 수 있죠"
재무제표에는 편견이 없어요. 보통은 뉴스나 블로그 글 보는 게 끝이잖아요. 거기에는 화자의 편견이 들어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재무제표는 회계 법칙에 회사가 넣어야 하는 걸 넣고 감사까지 받아서 올라온 숫자잖아요. 다른 사람의 번역 없이, 그 회사의 속사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거죠.
재직 중인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어요. 3~4년 치 매출이 매년 10% 이상 꾸준히 늘고, 영업이익이 안정적이면 좋죠. 다만 중요한 건 '흐름'이에요. 지금 적자라도 꾸준히 흑자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봐야죠. 쿠팡은 3, 4년치를 보면 적자인 상태에서 상장했지만 계속 성장했거든요. 반면 컬리는 계속 마이너스 2천억씩 수평을 그렸어요.
이직할 회사가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될지도 보이죠. 영업 비용이 펼쳐져 있는 '주석' 항목을 보고, 각각의 영업 비용을 매출액으로 나눠서 그 비중을 따져보세요. 마케팅을 예로 들면, 매출액을 영업 감가삼각, 광고 선전비로 나눈걸 로아스(ROAS)라고 하죠. 그게 늘고 있다면 성장하는 마케팅을 한다는 거니까, 내 업무 범위가 다른 곳보다 넓을 거예요.
마케팅으로 파산 직전이었던 '안다르'를 어떻게 살렸냐고요? 프로덕트를 건드렸기 때문이에요. 안다르의 상품은 좋은데 타깃 시장이 너무 작았어요. 레깅스 하나로 20대 초반 여성만 공략했으니까요. 그래서 일상복으로 개념을 넓혔어요. 시장 사이즈를 키워버린 거죠.본질을 바꾸는 게 진짜 마케팅이에요. 프로모션만 설계하는 건 도둑질이죠.
갑질 안 당하려고 전쟁터 자체를 설계하기로 했어요. 대행사로서 화날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우리 직원이 성과를 잘 내면, 광고주 직원들은 승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희는 경쟁PT를 또 준비하죠.불공정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마케팅할 곳을 정했어요. 저희는 클라이언트보다 자금도 많고, 전투는 우리 직원들이 제일 잘하니까요.
북촌은 내 브랜드에 덧입힐 '문화'가 있는 곳이에요. 서울에서 한옥과 갤러리를 모두 품은 지역이죠. 북촌 매장으로 내 브랜드에 전통과 예술의 이미지를 더하는 거예요. 이솝이 국제갤러리와 국립민속박물관 사이에 삼청 매장을 오픈한 것처럼요. 오프라인 매장은 경험하는 공간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각인하기 위함이니까, 동네 이미지도 고려하는 거죠.
고객을 설득하는 콘텍스트, 콘셉트, 경험의 새로움. 이 3가지가 공간이 가지는 힘이죠. '어니언 안국'도 북촌의 한옥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든 거예요. 원래 이름난 집안의 한의원이었는데요. 지붕을 뜯어내고 벽을 헐었지만, 한옥의 뼈대를 유지해 매장을 만들었죠. 한옥의 공간감을 정직하게 드러내면서 북촌이라는 공간의 힘을 잘 활용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