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에디터입니다. K-푸드의 글로벌한 인기, 들어보셨죠? 저도 막연히는 알고 있었는데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돼지곰탕으로 뉴욕 한복판에 대기번호 900번까지 줄을 세우고,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와 데이비드 베컴이 한국식 바비큐집을 단골로 찾는다고요. 위스키 종가 영국에 진출한 한국식 위스키도 있죠.
CJ제일제당 김숙진 경영리더와 함께 이들을 만났습니다. '한식' 카테고리를 넘어, 현지로 스며들어 사랑받는 전략을 물었죠. 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면 놓치지 마세요! 1화는 옥동식 셰프의 이야기입니다.
"디테일 조금 바꾼다고 희석되는 거라면, 그건 정체성이 아니죠."
뉴욕 한복판 줄 세운 '돼지곰탕'. 옥동식의 성공 비결
돼지곰탕 그 자체인 코어는 철저히 지키고, 그 외의 것들은 모두 현지화했어요. 재료도 현지에서 찾아 쓰죠. 한국에서 만든 청국장은 역하다고 잘 못 먹는데, 뉴욕에서 재배된 콩으로 만든 청국장은 잘 먹더라고요. 살면서 섭취한 미생물이 있을 텐데, 전혀 다른 환경의 미생물을 접한다면 당연히 맞지 않을 거예요.
디테일을 조금 바꾼다고 희석되는 거라면, 그건 정체성이라 할 수 없어요. 아이텐티티가 확실하다는 자신감은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었고요. 곰탕은 디테일을 조금 바꾼다고 큰 변화가 생기는 메뉴가 아니더라고요.
자꾸 'K'를 붙여서 뭉툭하게 가면 안 돼요. 좁은 부분을 건드려야죠. 저는 한식으로 승부 보겠단 생각해본 적 없어요. 돼지곰탕으로 승부 보는 거죠. '한식'이란 단어를 쓴 적도 없어요.이 관점이 필요해요. 한식이 아니라 김치찌개, 불고기를 들고나와야죠.
삼성전자에서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런데 반대로 아마존은 프로세스를 없애는 조직에 가까워요. 그래서 일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정하는 게 모든 직원에게 강조돼요. 본인의 생각대로 새 일과 프로세스를 만들거든요. 임원의 메일이 와도 지금 당장 회의가 중요하다면, 회신을 미뤄도 되는 거죠.
해외 이직을 목표로 한다면, 팀 프로젝트 속 내 성과를 똑똑하게 수치화된 기록으로 챙겨야 해요.한국은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내가 어떤 기여를 했다고 어필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해외기업은 각자의 목표가 명확해요. 그러니 이력서 쓸 때도 프로젝트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구체적으로 강조하는 게 중요하죠.
대구에서 서울에 올라와 보니 알겠더라고요. '여기는 시장이 다르다, 훨씬 크다.' 압도당했냐고요? 아뇨,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식당을 찾아오는 본질적인 이유인 친절함과 맛, 그리고 가심비. 이걸로 사람들을 오게 할 수 있다고요. 리스크를 깨는 건 어떤 기술이 아니에요. 내가 버틸 자금부터 멘탈, 체력, 사람을 진심으로 끌어올 태도를 준비하는 거죠.
선(先) 사람 후(後) 이윤. 서울 첫 매장 시청점을 오픈할 때, 새 직원을 뽑는 게 아니라 대구 4개 매장의 우수 직원들에게 파견을 와달라고 했어요. 매장 낼 자리보다 '직원'을 먼저 준비했죠. 씨를 어디에 뿌리느냐의 문제에요. 제가 생각한 좋은 토양은 사람이거든요. 사람이 만족하면 수익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