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솔 에디터입니다.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지만 사실 콘텐츠를 잘 안 봐요. 아마 폴인팀에서 콘텐츠 소비를 가장 덜 할 겁니다. '이래도 괜찮나?' 싶을 때가 있죠. 그런데 기업은행 문화콘텐츠팀 강경모 팀장을 만나고 마음이 놓였어요.
기업은행은 '극한직업', '파묘' 등 뜰 것 같은 영화를 미리 알아보고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 일을 하는 강 팀장도 콘텐츠 헤비유저가 아니더라고요. "객관적 시선을 갖는 게 중요하니까, 콘텐츠를 안 좋아하는 게 더 낫죠"라는 말을 들려주셨어요. 흥행할 것 같은 콘텐츠 판별 비결을 물으러 갔다, 일에 대한 고민의 해답까지 얻은 인터뷰였습니다.
"콘텐츠를 안 좋아해도 괜찮아요.
오히려 '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제격이죠."
공채 출신 은행원, 어떻게 천만영화 알아봤을까
극한직업·범죄도시2·파묘에 투자해 세 자릿수 수익률을 냈어요. 최근 SNS상에서 바이럴된 '영화 투자 체크리스트'가 큰 몫을 했죠. 콘텐츠 투자를 설득하기 위한 근거가 필요해 흥행 요인을 하나씩 모았던 게 체크리스트가 된 거예요.
콘텐츠 취향이 평범한 20대 남녀가 실제 극장에서 볼 영화인지가 가장 중요해요. 파묘도 시나리오를 검토할 때 20대 여성 반응이 좋아 잘될 거라 예상했어요. 헤비 유저들은 안 재밌는 콘텐츠도 다 챙겨보거든요. 저희 타깃은 포털 평점 보고 1년에 영화 한두 편 골라보는 사람들이고요. 그분들이 흥행을 좌우하니까요.
그러니 이 팀에서는 콘텐츠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히려 '일' 자체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제격이죠. 대중적인 작품에 투자하려면, 뾰족한 취향보단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해요.
21년간 거친 직장만 9곳이에요. 네이버의 '나눔글꼴'을 만들고, '파파고'의 네이밍과 디자인을 담당했어요. 이후 포잉과 런드리고를 거쳐 최근에는 무신사의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했고요. 31세에 네이버 브랜딩팀의 팀장을 맡고도,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긴 거죠.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겪어보니, 스스로 밸런스를 맞출 수만 있다면 일이 그리 힘들지 않더라고요. 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일에 완전히 몰두할 시기라고 판단되면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죠. 그만큼 내 상황을 잘 알고 움직이는 건, 커리어의 유연성을 높여줘요.
서울체크인·지구마불 세계여행·먹보와 털보. 전부 하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던 아이템이에요. 그래도 연출을 맡았죠. '안 되는 콘텐츠가 어디 있어, 못 하는 거지'라는 화두를 갖고 있었거든요.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예요.
경력이 쌓이면 여유를 가져볼까 하는 바람 자체가 경쟁에서 뒤처지기 쉬운 요인 중 하나예요. MBC에서 자주 듣던 이야기가 있어요. "동시간대 1등 하는 프로그램은 연출자 경력순이 아니다."다른 분야라면 10년, 20년 경력이 쌓여 통찰력이 생기기도 하지만, 콘텐츠는 아니거든요. 계속 찾아보고 물어보며 흐름을 잡으려 하죠.
읽었을 때 간담이 서늘해지는 책을 좋아합니다. 회초리 든 훈장님한테 "이렇게 살면 안 돼!"하고 혼나는 느낌이 드는 거요. 손웅정 감독의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가 그런 책이었는데요. 특히 '청소'에 대해 적은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소유한 물건을 매일같이 돌아봐야 한다. 무엇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그걸 버릴 수 있다." 물건뿐 아니라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 고민에도 적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요즘 답답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냉수 마찰한 것 같은 기분이 들 겁니다.
🎥 네이버→런드리고→무신사, 디자이너의 커리어 확장법
20년간 다양한 규모의 회사에서 폭넓은 직무에 도전해 성과를 낸 송호성 디자이너. 그가 '흥미'와 '밸런스'를 찾아 성과를 낸 비결, 폴인 세미나에서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