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레터] "'이것'까지 기록했다" 작가 장강명을 만든 습관

#장강명 #미세좌절의시대 #프로의기록법 #작가

2024. 3. 31.

2024.04.01. Mon

황은주 에디터입니다. 그야말로 '기록 덕후'인 장강명 소설가를 만나고 왔습니다. 10여 년간 읽은 책 기록 용량만 30~40기가가 넘는다고요. 그뿐 아닙니다. 전업 작가로 자리 잡기 위해 1년에 2,200시간 근무를 목표로 수면시간·업무량·음주 횟수까지 철저히 기록했죠. '프로의 기록법'이 궁금해 만났는데, 작가로서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털어놨어요. '현실 밀착형' 작가로서, AI의 등장과 IP 비즈니스에 대한 그의 견해도 인상적이었고요. 2시간 반가량의 즐거웠던 인터뷰, 강력 추천합니다.

"제게 기록은 자기통제,

그리고 자기 객관화 도구예요."

작가 장강명을 만든 기록법

2013년 기자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된 뒤에는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해 일한 시간을 기록했어요. 기상 시간, 체중, 운동 시간, 술 마시는 횟수까지 다 적었죠. 쓰고 싶은 글을 쓰는 데 시간을 쏟는 비중이 낮아지면 바로 알 수 있도록요.

지금은 주로 아이디어가 될 만한 재료를 기록해요. 특히 책은 기록해 두면 도움이 돼요. 칼럼 소재가 되기도 하고,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니까요.

먼저 스프레드시트에 읽은 날짜, 저자, 역자를 기록해서 책 목록을 만들어 놔요. 상세 내용은 폴더를 따로 만들어서 정리하죠. 과학·교양·한국소설 같은 카테고리로 크게 폴더를 나눠요. 그 안에 인물에 대한 내용만 모아둔 폴더를 또 만들고, 책에서 밑줄 친 부분은 이미지 파일로 저장하는 식이에요. 벌써 30~40기가 정도 모였어요.

장강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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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고 읽고 싶은 기록', 어떻게 만들까?

프로젝트썸원에서 해 온 5년 간의 콘텐츠 큐레이션 기록을 노션에 쌓았어요. 기록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이자 경쟁력이 된 거죠. 축적된 기록을 보려고 멤버십을 결제하는 구독자가 늘고 있어요. 양질의 콘텐츠라면, 사람들은 돈을 내서라도 읽을 의향이 있어요.

유료 구독 서비스는 킬러 콘텐츠 싸움보단 확실한 고객 경험에 집중해야 해요. 유명인을 섭외하거나, 자극적인 주제를 찾는 데 급급하면 일시적 효과는 있겠지만 오래 못 가거든요. 돈 내고 정기 구독하는 가치를 줘야죠. 구독자들과 함께 기록을 발췌하고 요약하는 오프라인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처럼요.

윤성원 프로젝트썸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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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가 말하는 글쓰기 팁은

'쉬운 선택은 하지 말자'. 저만의 글쓰기 원칙이에요. 글의 도입부를 '몇 년 전 일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지 않는 겁니다. 한두 번은 그렇게 쓸 수 있지만, 습관적으로 기존 패턴을 반복하면 글의 퀄리티가 떨어지거든요.

단순한 말을 '얼마나 다르게 표현하는가'가 글쓰기의 핵심이에요. 그래서 전 음식 칼럼을 쓸 때 '맛있다'라는 표현은 딱 한 번 썼어요. 다양한 글을 읽으며 스킬을 쌓는데요. 글을 어떻게 마무리하는 지 배우고 싶을 땐 주로 시집을, 글에 신선함을 주고 싶을 때는 외국 칼럼을 읽습니다.

정동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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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뭔가를 마구 사들이고 싶은 때가 주기적으로 찾아오지 않나요?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이 가장 신나고, 막상 제품이 도착하면 시들해지는 마음. 저만 그런가요?(웃음) 이 책을 읽는 내내 공감이 됐는데요. 맥시멀리스트였던 저자가 '필요하지도 않은데 사들이게 되는' 소비 심리를 꿰뚫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소비가 곧 정체성이 되는 사회에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내 행동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