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창업 네 번. 핀테크 기업 '핀다(FINDA)'를 운영하는 이혜민 대표를 소개하는 수식어 중 하나입니다. 창업을 여러 번 했다고 비슷한 분야만 판 것도 아닙니다. 화장품 샘플 구독·유기농 식재료 배송·건강 코칭에 이어 현재 6년 넘게 운영 중인 대출 정보 플랫폼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어떤 일할 '맛'에 빠진 거였을까요?
"좋은 동료와 세상의 문제를 풀 방법을 고민해 실행에 옮기는 것에서 의미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고객이 구매하는 경험을 한번 '맛'보고 나니, 그 맛을 놓치기 어렵더군요."
이혜민 핀다 대표
Q1.
스페인어 전공한 직장인, '창업'에 도전한 이유
학생 때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남들만큼 공부하며 평범한 학교생활을 했죠. 대학에 가서도 미래를 고민하다가, 이왕이면 사회 경험을 해보자고 해서 회사에 입사했죠. 재밌게 일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기 힘들다는 것도 느꼈어요.
결정적인 계기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지금의 남편(황희승 잡플래닛 대표)이 대학 졸업도 안 하고 창업에 도전하는 모습을 봤어요. 남편 주변에 어울리는 창업가들을 보면서 당시 스물여섯인 나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망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도전했습니다.
Q2.
계속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제가 창업을 네 번 할 줄은 몰랐어요. 돌이켜 보면 하나만 잘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며 허탈할 때도 있죠. 또 나만 실패하는 건 괜찮은데, 내가 설득해서 같이 하자고 한 동료의 인생까지 생각하면 막막할 때도 있습니다. 제 자신이 작아 보일 때도 많고요.
그럼에도 좋은 멤버와 만나 문제를 풀 방법을 고민해서 실행했을 때 고객이 구매까지 하는 경험을 맛보면, 계속 그 맛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목적으로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거든요.
서울 삼성동 핀다 사무실에서 회사에 대해 설명하는 이혜민 대표의 모습. ⓒ송승훈
Q3.
회사 운영을 넘어 앞으로의 성장은
창업은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지 부닥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창업은 늘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저는 성숙해졌고, 계속 도전해야겠다는 사명감도 품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큰 화두를 고민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네 번이라는 창업 경험을 회사 안팎에서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이 생소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기에 그다음을 내다보고 죽을 때까지 내가 경험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