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신석진 본부장의 남다른 크리에이티브의 비결은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고, 결과물을 미리 예상해보는 것이라 말합니다. 새로운 경험으로 냉장고에 ‘재료’도 쌓고요. 기획자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 신 본부장에게 기획자가 갖춰야 할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들어봤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크리에이터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을 찾아야 해요."
크래프톤 크리에이티브센터 본부장 신석진
크리에이티브의 핵심 키워드 3
저는 크래프톤에서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비주얼 리브랜딩과 브랜디드 콘텐츠를 맡았어요. 버추얼 휴먼 ‘애나’의 기획·제작까지 하게 됐죠.
① 비주얼 스토리텔링
2년 전에 펍지 IP 및 배틀그라운드 비주얼 리브랜딩을 맡았어요.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제가 먼저 회사에 제안했죠. 당시 크래프톤은 펍지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게임을 하나의 유니버스로 인식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 관점에서 로고의 미래를 예측해보니, 현재 로고의 부족한 점이 보였어요.
일단 일단 게임의 이름을 'PUBG: BATTLEGROUNDS'로 바꿨어요.펍지의 게임 중 하나라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려고 했죠. 또 다른 게임이 출시될 때 상단의 펍지 로고를 활용해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확장된 게임이라는 메시지도 주고요.
시대가 요구하는 크리에이터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을 찾아야 해요.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보이지 않는 걸 찾아 거기에 아이디어를 더해야 해요.
펍지 리브랜딩 이전(좌)과 이후(우). (자료제공 크래프톤)
② 글로벌: 모든 걸 관통하는 건 ‘팬심’
휠라와 BTS의 콜라보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일단 회사 내 ‘아미’들을 수소문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각 멤버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표정, 제스처, 전반적인 색채와 배경음악까지 BTS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녹여내 스토리텔링했죠. 광고는 연말에 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이 캠페인 덕분에 글로벌한 광고일 수록 ‘팬이 원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단 걸 배웠어요. ‘팬심’은 모든 걸 관통해요. 팬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면,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이든 통하죠.
③ 디지털: 아이디어에 기술을 접목하라
아이디어에 기술을 접목해보는 걸 좋아해요. 거기서 진짜 새로운 게 나오거든요. 삼성 스마트폰의 빅스비 기능이 막 나왔을 때였어요. 빅스비 기술을 접목해서 해볼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던 차에 희귀병으로 목소리를 잃어가는 분들이 떠올랐어요.
인도 삼성전자로 갔어요. 희귀병 환자분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어요. AI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서 당신의 목소리를 간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요. 모두의 동의를 얻은 뒤 수십 시간에 거쳐 녹음을 마무리하고 ‘빅스비 보이스 포에버(Bixby Voice Forever)’라는 이름의 캠페인으로 론칭했죠. 유튜브에 릴리즈되고 1주일 만에 1억뷰를 달성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Samsung Bixby Voice Forever (자료제공 Samsung India, 제일기획)
남다른 결과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기획 비결
①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라
저는 기획을 시작할 때 한 장짜리 싱크업(think-up) 페이지를 만들어요.새로운 게임 콘텐츠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죠.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요. 왜 이 게임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지 등을 묻죠. 크리에이티브의 ‘씨앗’을 모으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한 장짜리 이미지 보드를 만들어요. 크리에이티브 워딩도 하나 정하죠. 그리고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방향도 키워드로 정해요.
그렇게 완성된 싱크업 페이지는 캠페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돼요. 일을 진행하다가도 그 페이지로 돌아와서 보고, 리뷰도 그 페이지를 바탕으로 진행하죠. 일관된 방향성 안에서 캠페인과 팀을 운영하고 디벨롭해가는 것,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중요한 역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