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 건축가님을 뵈러 가기 전, 포트폴리오를 보았는데요. 그중에 제가 강릉에서 한달살기를 할 때 자주 갔던 ‘고래책방’이 있어 신선했습니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나 오설록 티하우스처럼 기업 프로젝트 위주로 하시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고 나니 이해가 됐어요. 현재가 아니라 50년 뒤를 고민해 건물을 짓기 때문에,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들어서죠. 매일의 급한 일을 처리하다 보면 좁아지는 시야를, 10년, 20년 뒤로 훌쩍 넓혀보게 됐습니다. 일의 철학에 대한 두 거장의 대화, 추천드려요!
황은주 에디터
"좋은 공간은 시각적 현혹이 없는 곳이라 생각해요"
송길영X최욱, 건축가는 어떻게 철학을 만드는가
25년간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나'예요. 건축가가 되려고 태어난 건 아닌데, 그럼 나는 사회와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나라는 존재를 사회와 접목하는 부분을 늘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나한테 어떤 특징이 있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지난 25년간은 제 작업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어요. 제 건축을 굳이 알려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건축은 머릿속 생각을 현실화하기까지 15~20년의 시차가 있어요. 제가 지금 현실에서 들어가는 작업은 오랜 시간 형성되어 온 경험과 사고의 현실화예요. 왜냐하면 건축은 당대 사람만을 위한 건 아니니까. 50년 뒤를 위한 거예요, 최소한.
저희가 많은 스포츠 구단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건 진정성 덕분이에요. 히어로즈와 8년, 맨시티와는 10년째 함께하고 있죠. 성과를 넘어 상호 윈윈하는 관계가 훨씬 오래 가요.
마케팅의 초점은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어야 합니다. 스폰서십에서도 그 철학을 유지하죠. 재정 지원 이상으로 구단 선수들과 유대 관계를 잘 맺으려고 노력해요. 문명특급 촬영 당일이 엘링 홀란 선수 생일이었어요. 촬영에 함께한 팬클럽 분들과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했죠.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관람객이 전시실에 입장한 1분 안에 승부 보고 싶었어요. 음악, 영상도 30초면 결판나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맨 앞에 배치했고요. 강약조절로 리듬도 줬어요. 기승전결로 구성하면 중간에 이탈할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 서비스직 아닌 게 없더라고요. 미술관 학예사도 요즘 관람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관찰해야죠. 쇼케이스 없이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분이 많아요. 상설전시에서 조금씩 노출 전시를 연습해왔어요. 더 조심해서 관람해주신 덕분에 이번 전시에서 순백자 한 점을 쇼케이스 없이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요즘 사람들은 한 가지에 몰두하는 사람에게 열광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탐색 모드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는 문장에 뼈를 맞았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며 유튜브 영상을 찾는 '무한 탐색 모드'는 콘텐츠 소비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관계도, 진로도, 투자도 일종의 간 보기에만 바쁘잖아요. 결국 답은 '전념'과 '몰입'에 있는데요. 거창한 변화를 추구하려니 어려워서,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몰입해보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결과는? 비밀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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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아직도 쌓고만 있나요? 이번 세미나에서는 프로젝트 전 과정을 단 '한 페이지'로 압축해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을 다룹니다. 그 제작법을 장기원 플러스엑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공개합니다!
'레슨 런'이라는 말이 너무 좋습니다. 폴인레터가 지향하는 '성장'이라는 지향점과 일치하는 단어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에 담긴, 인터뷰이의 면면이 한 주 동안 설렘을 가져옵니다. 또 이번 주는 어떤 인사이트가 찾아올지, 또 레슨 런을 통해 배움의 확장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What에 더해 Why의 철학을 전수하는 일잘러의 가치는 무엇일지, 모든 것이 배움의 대상입니다.